임금 10% 반납 vs 기본급 4.11% 인상

[한스경제 이성노] 순항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두고 노조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에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시작으로 업계 유일의 흑자 경영, 연이은 대형 수주에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임단협은 반드시 풀어야할 당면 과제라는 게 회사안팎의 중론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9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7일까지 3차 협상이 진행됐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7일까지 3차 임단협을 진행됐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임금 10% 반납 건을 제의했고,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4년 동안 임금 동결에 합의했던 노조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영정상화에 닻을 올린 정성립호가 자칫 임단협에 발목 잡힐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힘겹게 2016, 2017년 임단협을 마무리한 대우조선해양이 또다시 노사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임금 10% 반납', '상여급 600% 분할지급', '직무급제 도입', '단체협약 하향 갱신' 등을 제안했고, 노조는 기본급 '4.11% 인상', '전 직급 단일호봉제 도입',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사내 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현' 등을 요구했다. 노사간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사측의 제시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간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더 이상의 고통 분담은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가능성도 열어뒀다. 
  
노조는 임단협 상견례 당시 "회사는 교섭 시작도 하기 전에 구성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원가절감을 이유로 구성원들의 임금을 가지고 장난질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노동조합은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지난 몇 년간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되살아난 회사는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 더 이상의 고통분담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3차 협상은 마친 노조 관계자는 "상호 절차에 따라 협상이 진행중이다. 노사가 상견례 당시 요구했던 제시안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회사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다 보니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최근 4년 동안 고통분담을 위해 임금을 동결했다. 근로자는 당장 생계가 달린 문제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 우리 주장이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업계 내에서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서 "협상 초기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 노조 역시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바라고 있다. 다만,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단체행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 측은 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잘 나왔을 뿐, 절대적으로 본다면 마냥 좋다고 할 수 없고,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수주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이다. 상황이 '좋다'라기보다 '무난한 편이다. 재무재표상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상황으로 아직 경영정상화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으로 봐선 임단협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 노사간 간격이 크면 회사 입장에선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쪼록 좋은 뱡항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정성립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연속성을 확보했고, 올 1분기엔 업계에서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LNG운반선 8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3척, 특수선 1척 등 모두 22척, 약 26억1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올해 목표(73억 달러)의 약 36%를 달성했다.

경영정상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임단협 결과에 따라 올해 농사가 좌우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직 협상 초기라는 점. 노조 역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보면 협상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손을 잡고 경영정상화에 추진력을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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