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보험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아지며 고아계약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사는 비교적 관리체계가 잡혀있는 반면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관리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21일 보업업계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가 신규 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인원의 비율을 의미하는 13개월차 설계사 정착률이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 38.6%, 손해보험 50.3% 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아계약(Orphan Policies)이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설계사가 퇴직 또는 이직 등으로 유지관리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설계사들의 조기 퇴직과 잦은 이직으로 전체 설계사 중 근속연수 3년 미만인 자의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어 고아계약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아계약의 경우 관리해주는 설계사가 있는 계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약률이 높아 보험회사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정적 요인"이라며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 유지율은 비례관계에 있으며 근속연수가 짧은 설계사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계약유지율이 낮다"고 진단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전속설계사의 계약 건에 대해 전산시스템을 통해 고아계약 대상을 선정하고, 고객정보 수정 보완과 필터링을 통해 대상고객을 분류한다. 고아계약으로 분류될 경우 가까운 지점에서 2년 이상의 근속기간, 계약유지율, 민원 건수 등을 감안한 우수설계사에게 이관한다. 이들에겐 계약 관리 상황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신계약률 하락에 기존계약 관리 중요해짐에 따라 각 보험사들 역시 관리 전략에 신경쓰고 있다.

ING생명의 FC(Financial Consultant)관리 시스템 '아이탐'의 경우 본사에서 관리하고 있던 고아고객을 FC에게 DB(데이터베이스)로 분배한다. 한화생명도 고객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지점 우수설계사를 연결해 주고 있다. 교보생명은 평생든든서비스와 연계해 관리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사내운영시스템인 컨설턴트 시스템에 관리 모드가 구축이 돼 있다"며 "관심고객(고아계약 고객)을 가까운 지점과 매칭해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도 "고아계약 발생시, 고객의 거주지를 고려해 계약을 담당하는 새로운 설계사를 지정해 관리한다"며 "고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사를 대상으로 고아계약 관리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은 검증된 우수 설계사에게 체계적으로 이관하며, 메트라이프생명도 영업지원 시스템 'MetDO'를 통해 고아계약을 관리해 준다. 한 보험사의 경우 관리고객과 비관리고객 간 계약유지율 차이가 약 20%포인트(p)로 조사된 바 있다.

반면 GA채널에선 조직적 차원의 관리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GA설계사가 본인의 계약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A의 경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고아계약을 잘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GA도 고아계약 관련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며 "판매수수료와 유지관리수수료를 명확히 구분해 유지관리에 따른 인센티브의 수준과 기간을 조정하고, 주기적으로 관리실태를 파악해 공시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GA 고아계약 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생명보험협회도 감독당국에 수차례 건의한 사항이다.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은 "최근 GA쪽에서 고아계약 관리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해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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