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주인공보다 눈길 가는 신인이 있기 마련이다. 신선한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기도훈. SBS 종영극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손이든(정다빈)의 첫사랑이자 후천적 청각장애가 있는 바리스타 여하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 첫 사극인 ‘왕은 사랑한다’에 이어 ‘키스 먼저 할까요?’까지 쉽지 않은 캐릭터를 곧잘 소화했다. 하지만 감우성, 김선아 등 대선배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공유 닮은꼴’ 수식어에 대해선 “선배를 존경한다”면서도 “언젠가 ‘제2의 기도훈’도 나오지 않겠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를 보고 대박 신인 탄생 예감이 들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감우성, 김우성, 오지호 등 선배들의 연기와 손정현 감독님의 연출력, 배유미 작가님의 필력에 얹혀 주목 받은 것 같다. 실제 성격은 활발해서 여하민 캐릭터와 비슷한 점은 거의 없었다. 엄청 누르면서 차분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 모델 활동 때처럼 힘을 주기보다 여유롭게 바둑을 툭 툭 두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당시 이어폰을 챙겨갔다. 이어폰을 끼고 상대방 입모양을 보면서 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대사를 맞춰준 상대 여배우가 ‘설렜다’고 하더라(웃음). 처음에 대본으로만 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다가 감독님, 작가님의 조언을 들으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복지센터에서 주3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소통하는지 배웠다. 교회, 성당 내 카페에 청각장애 바리스타 분들이 있더라. 어떻게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는지 관찰했다. ”

-바리스타 역 위해 따로 교육도 받았다고.
“원래 드립커피를 좋아했다. 바리스타 교육이 재미있어서 쉽게 배웠다. 매니저 형들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많이 마셨다. 과다 카페인 섭취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다들 맛있다고 몇 잔씩 마셨다. 커피 종류를 디테일하게 알진 못하지만, 갓 볶은 커피를 갈아서 바로 내려 먹는게 가장 맛있다.”

-‘왕은 사랑한다’와 비교해보면.
“‘왕사’에선 역할이 무사여서 신체적으로 훈련 강도가 높았다. 여하민 역은 청각장애의 아픔이 있는 인물이니까 연기적으로 좀 더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 다 끝나고 돌아봐도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너무 부족해서 실수가 많았다. 실제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예쁘게 봐준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정다빈과 호흡은 어땠나.
“다빈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자 생활로는 선배다. 멘탈적인 부분이나 촬영장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을 많이 배웠다. 다빈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더라. 오히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지금 뭐해야 돼?’ ‘가만히 있어도 돼’ 하면서 계속 물어봤다.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마웠다. ”

-실제로 손이든 같은 여자가 있다면.
“이든은 너무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소수긴 하지만 존재하지 않을까. 다빈이의 실제 성격과 정말 달랐다. 다빈이도 연기하면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몰입을 잘해서 덕분에 나도 집중할 수 있었다. 다빈이에 설렌 적 있냐고? 열아홉살 미성년자 아니냐. 고3의 순수한 느낌이 좋았다. 다빈이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손이든 같은 여자는 큰일 날 것 같다. 열심히 싸우는 수밖에 없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후반부에 이든이랑 한강에서 라면 먹는 신이 좋았다. 몰입도 잘돼서 만족할만한 연기가 나왔다. 이든이가 카페에서 진상손님에 걸레로 응징하는 신은 워스트로 꼽는 신 중 하나다. 이든과 진상손님이 갈등을 빚는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대사 시선에 맞춰 움직여야 되는데, 타이밍 보면서 감정을 잡는게 어려웠다.”

-김선아, 감우성, 오지호 등 선배들이 조언해 준건.
“선배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한없이 작아졌다. 김선아, 감우선 선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조언을 해줬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자체만으로 좋았다. 계속 배움의 시간이었다. 오지호 형은 현장에서 1대 1 과외 하듯이 가르쳐줬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현장에서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힘이 자꾸 들어갔다. 형이 ‘힘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된다’면서 ‘계속 빼라’고 했다. 이미 긴장한 상태여서 힘 빼라고 해도 잘 안 되더라.”

-시청자 반응 챙겨봤나.
“실시간 반응을 보면 재밌더라. 나와 관련된 것보다 선배들 리뷰를 더 많이 봤다. 선아 누나랑 감우성 선배, 지호 형 연기할 때마다 리뷰가 다다다 올라오더라. 솔직히 내 연기는 스스로 만족을 못해서 ‘음 아니야~’ ‘이것도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워하면서 지나갔다. 오랜 팬들은 인스타그램 DM으로 장문의 응원 글을 항상 보내준다. 한 번씩 답장도 한다. 모델로 데뷔했을 때부터 7년 넘게 응원해줘서 항상 감사하다.”

-농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모델로 데뷔한 계기는.
“어렸을 때 청소년 농구를 했다. 농구를 굉장히 사랑하지만, 이쪽 길로 들어선지 몇년 지나다 보니 첫사랑, 옛애인 같은 느낌이 든다. 극중에서 농구신이 나오지 않았냐. 작가님이 일부러 넣어준 거다. 방송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종방연 때 작가님이 더 살려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고 하더라. 주인공 제의하면? 아직은 그럴 위치가 아니다. 열심히 연기 공부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모델과 배우 매력 비교해보면.
“중학교 때부터 옷 입는 걸 좋아했다. 사춘기 때는 이성한테 잘 보여야 하니까 누구나 패션에 관심갖지 않냐. 엄마가 생일 선물로 모델캠프를 보내줬는데 우승해서 자연스럽게 모델 일을 하게 됐다.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연기에 더 관심 갖게 됐다. 모델 일도 매력적이지만,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끌리는 대로 움직이고 싶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쭉!”

-모델 출신 배우 발연기 선입견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매체 연기는 화면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며 대사,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는 것 아니냐. 감정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키가 큰 사람은 조금만 손을 뻗어도 카메라 밖으로 나가니까 소극적이게 되더라. 모델들은 딱딱하고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화보 촬영을 하거나 패션쇼에 설 때 옷이 먼저 보여야 하니까 무표정을 많이 추구한다. 매체 연기에선 단점으로 작용되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주인공 욕심은 없나.
“당연히 난다. 스스로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질문해보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주인공을 하고 싶지만 그 만큼 노력해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게 먼저 아닐까.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관심이 많다. 사회, 정치, 경제, 전세계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40~50대 기성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학교물은 공감을 잘 못한다. 중학교 때부터 모델 일을 해서 학창시절 추억이 많이 없다. 나중에 송강호 선배와 꼭 한 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공유 선배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감사하다. 2040년 쯤에는 제2의 기도훈이 나오지 않겠냐(웃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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