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기념 '땡스 투 유' 공연에서 기타 연주 펼치고 있는 조용필.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영화 등 다른 여가 생활에 비해 비교적 접근성이 낮고 티켓값이 높은 콘서트는 팬들의 전유물로 생각된다. 귀한 주말 시간을 쪼개 먼 곳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해당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감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고 싶어도 티켓팅이라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조용필 콘서트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공연’으로 꼽힌다. 일단 공연을 한 번 보면 왜 그가 ‘가왕’이라고 불리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데뷔 50년 현역 가수’의 관록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의정부, 광주 등을 돌며 전국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데뷔 50주년 기념의 일환이긴 하지만 새삼스럽진 않다. 지난해에도 그 전해에도 조용필은 전국투어를 진행했다. 매년 전국 각지를 돌며 공연하는 건 가수 조용필에게 당연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가수들 가운데 데뷔 이래 이렇게 지속적이고 꾸준한 활동을 하며 50주년을 맞은 건 조용필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현역’으로 활동한 가수 조용필의 관록은 공연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한 때는 톱 내한가수들이 아니라면 견주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는 수준급이다. 여기에 오랜 시간 조용필과 맞춘 호흡은 곡마다 진가를 발휘한다. 조용필은 데뷔 50주년 간담회에서 “평소 다른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 뮤지컬도 즐겨 본다”고 밝힌 바 있는데, 콘서트를 보면 그가 무대 구성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시ㆍ청각 효과가 어우러진 공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물론 공연의 백미는 조용필의 목소리다. 올해로 만 68세,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조용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내지르는 고음부터 담백한 창법까지 다양하게 변화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그는 앞선 간담회에서 “노래가 안 되면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됐을 때 내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이 어떤 실망을 할지가 가장 두렵다. 사실 실망시켜 드릴 시간이 내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현역 조용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두 가지 못 해” 공연에 대한 집중도

데뷔 50주년을 맞은 뜻 깊은 해이지만 기념 앨범 발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음원 정도는 나올 수 있겠지만 앨범은 힘들다”는 게 조용필의 입장. 본래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잘 하지 못 한다는 본인의 평가다.

조용필은 지난 2013년 발매한 19집 ‘헬로’로 가요계를 그야말로 뒤흔들었다. 약 10년 만에 발매한 새 정규앨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렌디한 감성으로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훔쳤다. 앨범의 타이틀 곡 ‘헬로’는 물론, 수록 곡인 ‘바운스’마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불렸다.

조용필은 “19집이 너무 잘되다 보니 이번 앨범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데뷔 50주년이라는 시간이 쉽사리 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사실 수많은 곡을 들어도 내 마음에 그렇게 들질 않더라. 현재 돼 있는 곡은 여섯, 일곱 곡 정도다. 그런데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고 중단한 상태”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 번 꽂히면 다른 걸 못 한다. 두 가지를 하다 보면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는 음악 작업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즉 조용필이 그만큼 투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매년 하는 공연이지만 관성적으로 공연에 다가가지 않는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대목. 조용필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의 꽉 찬 세트리스트는 “콘서트에 올인했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진=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