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물경제지표 부진... 가능한 늦게 금리인상 단행할듯

[한스경제 김서연] 최근까지 탄력을 받았던 ‘7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동력을 잃고 있다. 일각에선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또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쏟아지는 경기 우려 발언, 신흥국 경제불안, 국내 고용 둔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지난 4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회의실에 열린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대부분의 채권전문가 역시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11일 7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3%는 5월 기준금리가 현행 연 1.50%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5월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고 7월 금리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봤다. 통상 소수의견의 출현은 금리를 올리기 직전 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의 선임이 7월 인상설을 굳히는 요인이었다. 임 위원은 JP모건 수석본부장 시절 한은의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었다. 임 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이주열 총재가 2월보다는 덜 ‘매파적’으로 보였지만 한은이 금리를 7월에 0.25%P 인상한다는 전망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녹록치 않은 국내외 사정 때문에 금리인상 예상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실물 경제지표의 부진, 신흥국 금융불안 등이 이유다.

고용 사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3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제조업·숙박업·음식업 상황도 좋지 않다. 제조업에서는 구조조정 여파로 11개월 만에 취업자가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이어지면서 숙박·음식업은 11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물가 상승률은 1.6%로 올라갔지만 한은 목표 2.0%에는 한참 미달한다.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누르자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금리 차는 현재 0.25%P에서 0.50%P로 확대된다. 한은이 7월과 8월도 건너뛰고 미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리면 0.75%P로 더 벌어지게 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금리인상에 나서기에는 조심스럽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임지원 금통위원 취임식에서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일부 취약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5월 금통위서 소수의견 등장마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와 고용, 투자와 소비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5월 금통위에서 경기 개선 추이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내 산업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제조업의 고용 둔화가 눈에 띈다”며 “‘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김광두 부위원장 및 이주열 총재의 발언으로 대변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장, 4월 고용 부진 등을 고려할 때 5월 소수의견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가와 경기 모두 한은이 금리인상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금리를 한없이 붙들고 있기에도 난감하다. 국내 경기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인데 미 금리인상 흐름에 떠밀려 올리면 경제주체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가 꺾일 우려가 있고,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가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위험하다. 7월 인상설이 동력을 잃으면서 금리인상 예상시기는 늦춰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7월 금리인상 전망을 폐기하고 다음 시기를 10월로 예상했다. 예상 횟수도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한 때는 금통위 직전으로 통상 통화 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잘 하지 않는 시기여서 7월 인상설이 힘을 잃은 것 같다”며 “‘(이 총재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가 이미 사그라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