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부정 논란으로 수렁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제약바이오 대장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셀트리온 주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하락하면 셀트리온 주가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희망나눔 주주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한 2차 감리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규탄 촛불집회’를 연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4조5,000억원의 희대의 분식회계 사기를 저질렀다면서 상장폐지를 요구했다.

그간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셀트리온의 제약바이오 대장주 자리가 위협받자 지속적으로 비판을 이어왔다. 특히 증권정보사이트 셀트리온 종목 토론방에는 셀트리온 관련 정보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더 많이 눈에 띌 정도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열린 금융위 감리위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그렇지만, 코스피 의약품 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 10 종목 중 셀트리온 주가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관관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22일부터 올해 5월 21일까지 최근 1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주가의 상관계수 평균은 0.42에 달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까지 범위의 수로,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는 의미다. -1에 가까울수록 그 반대를 의미한다.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일간 등락폭 상관계수 평균이 -0.4 수준. 증시에서 유의미하게 반대로 움직이는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상당부분 같이 움직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다른 제약바이오주는 셀트리온 주가와 상관관계가 급격히 떨어졌다. 녹십자(0.35), 부광약품(0.34), 한미약품(0.32), 대웅제약·종근당(0.30), 한올바이오파마(0.29), 유한양행(0.28), 영진약품(0.26), 파미셀(0.22) 등으로 상관계수가 뒤를 이었다.

즉 셀트리온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지거나 ‘실적이 안 나온다’ 등의 비판을 통해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사전 조치통지서를 발송 사실을 공개한 지난 1일 이후 이달 23일까지 셀트리온의 주가는 4.98% 하락했다. 물론 같은 기간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하락폭(18.14%)보다는 크지 않지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바이오주 전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유독 셀트리온에 더욱 악재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상장과정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80억원가량의 계약보증이행금 이자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시기에 대한 회계처리를 지적하면서 정밀감리를 진행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수정했지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경징계인 ‘주의’를 받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주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에 대한 테마감리도 예고한 상태여서 셀트리온 측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총 2,270억원의 R&D비 중 1,688억원(74.3%)을 자산 처리하고 579억원을 비용 처리했다. 올해 1분기에도 셀트리온은 752억원의 R&D비 중 77,6%인 584억원을 자산으로 회계 처리했다.

그럼에도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셀트리온과 관계 없이 시장의 정의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규탄 집회를 하는 것이라면서 올바른 회사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비판하자는 의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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