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앞으로 기업이 기계·설비,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각종 자산을 담보로 삼아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동산’이 기존 부동산이나 보증에 쏠렸던 담보를 보완할 새로운 신용보강수단이 된다는 얘기다. 동산은 경영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돼 부동산이 없는 초기 기업도 동산담보대출이 가능하고, 기업성장에 따라 자산규모도 자연스레 증가해 담보력도 동반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 담보 부족으로 대출을 받지 못해 기업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창업기업, 중소기업들에게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런 내용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경기도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를 방문해 동산담보 관리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담보물인 기계에 부착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이날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소재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담보를 활용한 금융지원 방안을 안내하는 현장 간담회에서는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표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동산담보 관리 시연이 이뤄졌다.

최 위원장은 “동산금융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가계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의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자 함”이라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동산의 금융 활용도가 높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간 은행권은 동산담보대출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소기업 자산 구성은 동산이 38%, 부동산이 25%, 기타 자산이 37%였다. 그러나 담보 대출 비중을 보면 93.9%가 부동산이고 동산은 0.07%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자산에서 동산 비중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대출담보로는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거절 사유 1위로는 담보부족이 꼽혔다.

동산담보대출은 지난 2012년 8월 출시 이후 은행권의 적극적 취급 및 중소기업 대기 수요 등이 반영돼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담보물 실종사고가 일어나는 등 동산담보제도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취급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초기 실적의 1/3 수준으로 이용이 저조한 상태다. 담보물 유형 역시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에만 편중돼 운영되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 취급과 담보 관리가 불편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담보로 잘 인정이 되지 않고 혜택이 없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적다. 외국의 경우에는 다양한 동산자산을 담보로 활용하고 있어 유연성이 높고 자산 평가를 위한 동산전문 감정평가 시스템도 잘 발달돼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전략 간담회에서 금융 및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대출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금융위와 기업은행, 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은 동산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먼저 동산담보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와 법·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동산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은행 여신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또, 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은행의 사후관리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동산은 부동산과 달리 상대적으로 훼손과 이동에 취약해 담보로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늘 지적돼 왔다. 센서 등을 기계·재고 등에 부착해 은행에 자동알림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전면확대할 방침이다. 단계적으로 은행권 공동의 ‘동산관리 IoT 시스템’을 구축해 전 은행권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기업이 모든 동산을 모든 대출상품에 활용하도록 표준내규를 개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제조업·유통·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에 동산담보 대출 이용을 허용하고 최저 신용등급은 폐지한다. 은행이 동산의 유형별 특성을 감안해 담보인정비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은행의 자율성도 확대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동산담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에는 금리 등의 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무체동산 담보도 활성화한다. 무체동산은 기계, 재고 등 유체동산과는 제도적 기반이 다르고 성격과 활성화 제약요인이 상이해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산담보대출을 해주는 은행에 보호장치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 “절차를 은행들과 협의를 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이 절차를 지키면 당연히 면책권이 주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 담보물 관리를 위한 IoT 단말기 사용 비용 등 각종 관리 비용에 대해서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 은행들이 활용할 유인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세제상 유인이 가능할지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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