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작발표회 전날 실패 걱정에 잠 못 자
'김탁구'는 넘어야할 기준…진세연 정말 매력적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윤시윤은 TV조선 종영극 ‘대군-사랑을 그리다’ 제작발표회 전날까지만 해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과 다음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스타덤에 오른 윤시윤. 특히 ‘김탁구’는 시청률 50%를 넘으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2016년 해병대 전역 후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작품 성적은 기대이하였다. ‘대군’은 최고 시청률 7%를 기록하며 윤시윤의 연기 인생 2막을 열게 해줬다. ‘김탁구’를 넘어선 것 같냐’는 질문에 “대중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대군’ 잘 봤다’고 하면 성공한 것 아닐까”라고 웃었다.
 
-시청률 5%가 넘으면 솔로로 살겠다고 했나.
“허위 사실 유포하면 안 된다(웃음). 끝단 역의 문지인 씨가 잘못된 사실을 퍼뜨렸다. 본인이 그렇게 말할 때 난 앞니 하나 뻥긋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드라마가 잘 돼 뿌듯하다. 시청률 공약 이행한 것도 처음이다. 프리허그도 처음 해봤는데, 대중들이 나를 안아준다고 생각하니 더 감사했다.”
 
-‘김탁구’ 이후 흥행 갈증 심했을 텐데.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작품이 끝나고 난 후 실패 요인을 나의 부족함에서 찾을까 봐 사실 무서웠다. 제작발표회 전날 잠이 안 오더라. 새벽에 팬들에게 ‘또 실패하면 어떡하냐’면서 장문의 편지를 썼다. 팬들이 제작발표회에 오면 ‘시윤 오빠!’ 하면서 반가워해야 되는데, 다들 엄마의 표정으로 다독여줬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감사한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다.”
 
-‘김탁구’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나.
“대중이 판단하는 것 아닐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1박 2일’ 속 윤동구 혹은 ‘제빵왕 김탁구’로 보이면 아직 부족한 거다. 인터뷰 끝나고 밖에 돌아다닐 때 ‘대군 잘 봤다’고 하면 김탁구를 넘어선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김탁구를 좋아한 어른들에게 ‘대군’이라는 콘텐츠를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내게 배우라는 이름을 준 작품이 ‘하이킥’과 ‘김탁구’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기준점이 됐다.”

-진세연과 호흡 맞춘 소감은.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초반에 내가 거지 분장하고 완전 야인으로 나오지 않았냐. 컷이 밝아지면서 세연이가 핑크색 한복을 입고 등장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 진세연이라는 배우가 크레딧 롤 1번에 있는 이유를 알겠더라. 저 평가 받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밝고 통통 튀는 매력만큼은 손꼽히는 배우다. 데뷔 후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그런 점이 많이 가려진 것 같다.”
 
-진세연과 키스신이 아쉬웠다. 감독님이 ‘뽀뽀 한 번도 안 해봤냐’고 했던데.
“스킨십을 잘 안 하는 성격이라서 익숙하지 않다. 순진한 척 한다고 할 수 있는데, 나도 서른 세 살이다(웃음). 진짜 사랑하는 가정이 느껴져야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냐. 스태프 40~50명 있는데 ‘레디 큐!’ 하니까 못하겠더라. 키스신 찍을 때는 세연이랑 둘이 쑥스러워서 말도 안하고 있었다. 대사도 안 맞추고 가만히 있다가 큐 하면 찍었다. 본인도 민망해 해놓고 나보고 쑥스러워 한다고 놀리더라. 두 번째 키스 신부터 내가 먼저 놀렸다. 컷 하면 ‘왜 부끄러워?’ 하면서 장난쳤다.”
 
-‘대군’이 다른 방송사에서 편성됐으면 시청률이 더 높았을까.
“그건 진짜 모르는 거다. 앞 채널 시청률이 잘 안 나왔다거나, 경쟁 작 편성이 달라지고 뒤로 밀려서 대진 운이 절망적으로 되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TV조선에서 사활을 걸고 믿어줘서 신나게 연기했다. JTBC에서 ‘마녀보감’ 할 때 느낀 게 정말 지원을 잘 해준다. 신뢰해주니까 배우로서 즐거운 책임감이 들더라. 이번에도 그렇게 믿어준다면 나의 열정을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대군’ 인기 비결 꼽아보면.
“친절함이다. 사극은 중간 유입이 힘든데, 13분쯤부터 시청률이 올랐다. 초반 4부 정도에 입 소문이 나지 않으면 다들 안 보지 않냐. ‘대군’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은평대군, 진양대군 이야기에 중점을 맞춰 스토리 이해가 쉬웠다. JTBC ‘미스티’ 종영 후 ‘대군’으로 시청자들이 중간에 유입될 수 있었다.”
 
-‘마녀보감’ 때와 비교해보면.
“‘마녀보감’ 때와 완전히 달랐다. ‘마녀보감’은 판타지였고, ‘대군’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냐. 사극의 장점이 2개다. 옛것을 재연하는데, 판타지적인 요소를 용인해주지 않냐. 마음껏 캐릭터를 만들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사극엔 픽션이 가미돼 있으니까. ‘대군’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가 조립된 걸 완성시키는 느낌이었다. 충분히 참고 하면서 채워 넣는 느낌이라고 할까. 둘 다 재미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연애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전에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고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연애 아니냐. ‘누가 더 예뻐?’라고 하면 당연히 현재 여자 친구다(웃음). 지금 애정을 쏟아 붓고 있으니까.”

-주상욱이 연기한 진양대군 이강 역 탐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안평대군에서 모티브를 딴 수양대군 캐릭터를 좋아한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냐. 가족에 대한 사랑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는 인물이라서 좋았다.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초반에 소년처럼 정제된 모습을 표현했다면, 전쟁터에서 돌아와서는 거친 모습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눈물 연기 호평 받았는데.
“평소 눈물이 진짜 많다. 좋아도 화나도 슬퍼도 배고파도 감사해도 반가워도 운다(웃음). 최고의 눈물 연기는 배우가 우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을 울게 만드는 것 아닐까. 내가 줄줄줄 울었으니 아직 멀었다. 대중들이 슬픈 장면에서 크게 울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완급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최대한 감정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돌아보면 아쉬운 작품이 있나.
“난 정말 열심히 하고 엄청 사랑을 쏟아 부었는데, 대중들의 사랑이 부족했던 작품이 있다. ‘나도 꽃’이 그랬다. 시청률이 8~9% 정도 나왔는데, ‘제빵왕 김탁구’로 50% 찍고 이렇게 나오니까 ‘망했다’라는 도장이 찍혀 버리더라. 숫자로 판단 된 작품이 돼서 아쉬웠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없나.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제부터 ‘악역을 보여 주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프로의 세계는 원해야 할 수 있다. 언제든 원하는 순간에 해낼 수 있는 게 프로다. 나를 원하는 연출자, 작가님이 있다면 솔직히 하고 싶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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