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단독면담에서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25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주장했다.

신 회장은 특검 주신문에서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 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한 현안을 건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이것 좀 도와주십시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 않느냐"며 부인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나라경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그는 당시 롯데그룹에서 만든 'VIP간담회 자료'에 면세점 신규 특허의 조속한 시행을 건의하는 내용이 있다고 특검이 제시하자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나려 할때 가져간 자료이고, 내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독면담 때에는 "평창올림픽을 이용한 경제활성화를 설명했고, 대통령께서 아버지의 건강상태가 어떠냐고 물으시기에 '아이고 괜찮습니다. 여러 가지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만든 공적 재단이라 한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스포츠 전반에 대해 지원해달라는 말은 들었지만, 특별히 K스포츠재단이나 정부 재단 등을 (특정해 요구받은 적은) 없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느 그룹이나 현안이라는 게 있고, 사회공헌사업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되니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와 같은 답변 외에는 일부 특검이 제시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답변을 했을 뿐 대부분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 측에서 당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롯데 월드타워점이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자 재심사에 탈락한 이후의 경영 현안 등 당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던 정황을 거듭 질문했으나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신 회장은 이와 같은 경영 현안을 배경으로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제공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측에 명시적으로 청탁하지는 않았지만, 롯데그룹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정구속된 신 회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1일 만에 처음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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