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44) 두산 코치가 11년 만에 친정팀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두산과 LG 관계자에 따르면 양 구단은 최근 이 코치의 LG 이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에 사인만 남은 단계로 LG는 다음 주 초 이 코치와 만나 계약을 마무리하고 보직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코치의 LG 복귀는 현역 선수이던 2004년 1월 SK로 트레이드 된 후 11년 만이다. 아울러 LG는 구단 프랜차이즈 사상 최고의 ‘레전드’로 남아 있는 이 코치를 다시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이 코치는 왼손투수들의 우상이자 LG 팬들에겐 상징적인 존재다. LG 팬들은 현역 시절 치렁치렁한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로 뛰어나가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이 코치의 복귀를 갈망했다. 그러나 11년간 LG를 거쳐간 사장, 단장, 감독 그 누구도 이 코치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11년 만의 복귀는 극비리에, 그리고 LG의 삼고초려 끝에 이뤄졌다. LG 구단 수뇌부가 김태룡 두산 단장과 김승영 두산 사장을 차례로 만나 “우리 팀의 레전드이자 꼭 필요한 코치”라고 요청했고, 두산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김태형 감독과 상의를 거쳐 이 코치를 친정 팀에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고려대 4학년이던 1992년 춘계리그 성균관대와 경기에서 14타자 연속 탈삼진을 작성하며 스타덤에 오른 이 코치는 93년 OB와 경쟁 끝에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이듬해인 94년 18승8패에 평균자책점 2.47로 팀의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95년에는 선발 2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97년엔 마무리로 47세이브포인트를 기록하고 98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한 이 코치는 선동열 전 KIA 감독과 필승조를 이뤄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고 미국프로야구 보스턴으로 옮겼다.

2002년 4월 미국 생활을 정리한 이 코치는 국내로 복귀하자마자 감동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냈으나, LG의 인연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2004년 시즌을 앞둔 1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로 트레이드됐다. 그 해 SK 유니폼을 입고 18경기만 뛴 이 코치는 시즌이 한창이던 6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당시 이 코치는 “LG에서 은퇴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코치는 은퇴 후 6년 간 음악 활동에만 몰두하며 야구계와 담을 쌓았다가 2012년 당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부름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2013년 원더스 해체 후 김태형 두산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라이벌인 두산 코치로 자리를 옮긴 올 시즌 2군에서 진야곱, 허준혁, 이현호, 함덕주 등 왼손투수들을 집중 조련하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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