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2차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분위기다. 이에 경제계는 남북경제협력에 이은 북미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전날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2차 남북정상회담 배경과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측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체제 보장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할지 여부로 이에 대한 미국을 향한 조율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히며 북미 핫라인 구축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과 김 북한 국무위원장은 5·26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초 고위급회담에 이은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내달 1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았지만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북장성급회담을 5월 중 개최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지난 16일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을 연기하면서 장성급회담의 개최도 무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전날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이미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나 당사자를 넘어 길잡이 역학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북한은 비핵화를 했을 때 미국이 과연 체제 보장을 해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고,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에 나설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못 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 미국간 정상회담 취소 위기가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둘러싼 이견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이 체제 보장을 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아 냈다. 이번 북미회담 합의는 미국과 북한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핵심 사항이 될 전망이다. CVID 수준에 대한 양측이 어느 수준의 타협점을 찾느냐가 북미전상회담의 중요 키워드로 볼 수 있다.

AFP와 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취소 위기에 몰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민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6월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극비리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했다./사진=연합뉴스

◆경제계, 남북 경협 가능성에 신중한 기대감

정치권 및 경제계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한편으로는 신중함도 뚜렷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으로 꺼져가던 평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고 평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계는 별도의 공식 입장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앞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평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격적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의 선순환으로 오는 6월12일 예정대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경제계도 신중함 속에 기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북미회담의 성사가능성과 그 회담이 열렸을때 나올 성과물에 대한 예측을 쉽게 누구도 내릴수 없는 상황이기에 일단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남북경제협력 강화와 한반도 신경제 구상 실현을 위한 국제 협력관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논평을 낸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향후 대북제제가 완화되는 등 경제협력 여건이 성숙하게 되면 남북간 새로운 경제협력의 시대를 개척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등도 남북 화해 무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를 전했었다. 은행권 역시 경제협력에 따른 공동 금융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경협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며 "경의선과 동해선의 현대화 사업의 가시성이 높고 러시아 가스관 구축 사업도 추후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북미회담 취소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자 "(그럼에도)양측이 극한으로 대립하지 않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다행이다"며 "여전히 (공단 재개에 대한)기대화 희밍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는 남북경협이 가시화된다면 우선 문 대통령이 지난해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을 바탕으로 경협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측도 "북미 정상화담 추진상황을 지켜보면서 경협분위기가 조성될 때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할 게 있으면 준비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제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회담을 한 후, 꼭 한 달만입니다.

지난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격식 없이 만나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오후,v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과 직접 소통을 강조해왔고,

그 뜻은 4.27 판문점 선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난 4월의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못지않게,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의사를 피력하였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돌아보면 지난해까지 오랜 세월 우리는 늘 불안했습니다.

안보 불안과 공포가 경제와 외교에는 물론 국민의 일상적인 삶에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우리의 정치를 낙후시켜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었고, 긴장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을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은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27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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