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조진웅이 영화 ‘독전’에서 집착의 끝을 보여줬다. 실체를 알 수 업는 아시아의 마약왕 ‘이선생’을 잡기 위해 독한 싸움을 벌이는 형사 원호 역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연기를 펼쳤다. 집착과 신념, 믿음 등 다양한 감정을 찾아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철저히 원호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타이틀롤을 맡은 조진웅은 체중 감량부터 고난도 감정 연기, 거친 액션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진웅의 고충이 고스란히 녹아든 ‘독전’은 최근 한국영화의 부진을 씻은 유일한 영화로 꼽히며 흥행 중이다.

-‘이선생’을 끝까지 쫓는 원호의 심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영화다.

“정말 쉽지 않았다. 나도 이 영화에 속았다. 그 동안 답이 정확한 영화를 해서 그런가보다. ‘독전’은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난 느낌의 영화였다. 멈추려고 해도 멈추지 않는. 그게 또 원호의 심리와도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게 많은 질문을 한 영화였다. 연기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그냥 직진하는 영화고 답이 다 나온 영화라고 생각했다. 뭐가 어렵겠나 싶었다. 물론 시나리오 상 표현이 잘 안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결말까지 가다보니 직진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개연성이 맞나 싶기도 했는데 희한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마약을 흡입 장면, 일명 ‘약 빤 연기’는 어떻게 촬영한 장면인가.

“소금과 분필가루를 썼다. 사실 그렇게까지 하면 안 되는 장면인데 이해영 감독이 ‘그걸 흡입하면 안 돼’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컷’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쭉 갔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기침도 심하게 해서 씻는 중에 거울을 보는데 그때 내 눈이 완전 맛이 가 있더라. 분장으로 나올 수 없는 충혈된 눈이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바로 찍자고, 이 눈일 때 찍어야 한다고 해서 그 장면을 찍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체중 감량도 독하게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체중 감량을 떠나 원호 자체가 3대 1을 상대해도 가능한 캐릭터였다. 원호가 뛰어디나다가 지쳐 쓰러질 순 없지 않나. 체급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권지훈 무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액션스쿨을 매일 가서 미친 듯이 운동했다. 보통 헬스 트레이너 같으면 쉬는 시간도 주는데 권지훈 무술감독님은 그런 게 없다. 계속 ‘다음’을 외쳤다. 하루에 한 4~5시간 운동한 것 같다.”

-진하림(故김주혁 역)을 연기했는데 힘들지 않았나.

“(김)주혁 선배 연기를 따라할 수 없었다. 리딩 할 때도 어떻게 연기할지 보여주지 않았거든. 첫 테이크를 갈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처음 연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연기력이 안 돼서 그걸 쫓아가지 못하겠더라. 그냥 마음대로 한 것 같다.”

-김주혁 캐릭터가 월등히 셌는데.

“주혁 선배도 그렇고 차승원 선배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캐릭터였다. 분장실에서 나온 두 사람을 본 순간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주혁 선배 첫 대사 ‘이선생 어딨어?’를 들으면서 내가 끝났다는 걸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혁 선배의 연기를 굳이 쫓아갈 생각도 없었다. 쫓아가도 그렇게 못 할 테니까. 정말 최고라는 걸 인정했다. 참 많이 배웠다.”

-작품의 여운이 오래가는 편인가.

“원래 뒤도 안 돌아보는 성격이다. ‘독전’이 유일하다. 캐릭터 때문은 아니고 자꾸 생각이 난다. ‘이 영화를 왜 해석해야 되지?’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빨리 이 여운을 털고 싶다. 관객에게 이 영화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 가장 여운이 남는 캐릭터는 ‘뿌리깊은 나무’의 무휼이다. 내가 그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 것 같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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