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충무로의 라이징스타로 승승장구 중인 류준열이 영화 ‘독전’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 동안 맡은 캐릭터 중 대사가 제일 적었다지만 포스만큼은 조진웅, 故김주혁 등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락 역은 무표정하고 시크한 류준열을 만나 더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아래 인터뷰에는 ‘독전’의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살짝 변신을 시도한 것 같던데.

“감독님이 비주얼적인 면을 신경 쓰셨다. 머리도 염색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사실 염색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또 피부도 희면 좋겠다고 하셔서 ‘독전’을 찍는 동안 살이 탈까봐 축구 한 번을 못 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웃음)”

-‘독전’의 완성본을 봤을 때 어땠나.

“완성본보다 마지막 노르웨이 장면을 찍기 전 과정이 생각났다. 락이란 인물은 워낙 말수가 없고 감정 표현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 많았다. 내가 생각한 표현과 감독님이 생각한 표현이 많이 달랐다. ‘말 안 해도 안다’는 말을 안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락을 연기하기 어려웠다. 관객들이 봤을 때 너무 심심하게 느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또 그렇게 하면서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것 같다. 배우가 대사가 많은 게 어떻게 보면 쉬운 무기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독전’으로 한 층 성장했다는 말인가.

“성장이라기보다 이번에 느낀 연기의 재미나 맛이 곧 본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전작들보다 연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락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했나.

“락은 숨어있어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반전을 위해 잠자코 있었다는 게 아니라 원호와 락의 마지막 장면을 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표정이나 눈동자에 감정들을 많이 담으려고 애를 썼다. 그 부분에 애를 많이 썼다.”

-조진웅, 김주혁과 셋이 촬영한 호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조진웅, 김주혁 선배는 그야말로 프로다. 사실 전체 대본 리딩을 할 때 배우들이 연기를 다 드라이하게 해서 ‘준비한 게 따로 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호텔 장면은 락이 원호(조진웅)과 진하림(김주혁)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두 분이 정말 열연을 펼쳤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대화도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날 보며 농담 삼아 ‘하는 것 없이 앉아만 있냐’고 할 정도였다.”

-김주혁은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는지 궁금하다.

“워낙 조용하고 차분하신 성격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고가며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쉬는 날 뭐하냐며 같이 한 번 만나자고 제안도 해주셨다. 워낙 따뜻한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는 완전히 돌변하신다. 돌아보면 참 오랜 시간 연기하신 분이더라.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진하림의 연기가 나온 것 같다.”

-선창 역을 맡은 박해준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래 맞는 장면이 더 많았는데 밸런스 조절을 위해 뺀 것 같다. 사실 나는 연기할 때 맞는 입장이 편하다. ‘글로리데이’에서는 때리는 연기를 했는데 이게 성미가 안 맞더라. 사실 맞는 연기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어야 한다. 터치가 없으면 NG가 잘 난다. 그래도 맞는 편하다.”

-원호와 락이 만나는 장소인 노르웨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촬영 장소가 노르웨이로 정해진 건 아니었는데.

“내가 ‘독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노르웨이 장면 때문이다. 사실 그 장면이 없어질 뻔 한 적도 있다. 촬영 여건 상 여름의 나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한겨울을 고집했다.(웃음) 이 영화가 주는 차가운 느낌이 잘 살아날 것 같았다. 사실 오프닝과 엔딩의 신이 연결되는 건 시나리오에 없었다. 감독님의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독전’의 열린 결말은 관객들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하다.

“사실 죽고 살고 이런 느낌보다 감정들을 해소하고 영화가 마무리 됐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팬덤이 어마어마한데 인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런가? 난 잘 모르겠다.(웃음) SNS 활동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긴 하는데 어떨 때는 ‘이게 맞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까봐.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앞으로도 많이 보냈으면 한다. 얼마 전에 게릴라 데이트를 했는데 다들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했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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