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영화 ‘도리화가’(25일 개봉)는 지금으로 표현하자면 대중가수가 되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19세기 조선 최초의 여성 소리꾼 진채선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깨고 남성만의 무대였던 판소리에 진입하게 됐는지 전후를 보여준다. 진채선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한정돼 있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개최한 소리꾼 경연인 낙성연에서 여성 최초로 ‘춘향가’ ‘방아타령’ ‘성조가’ 등을 부른 뒤 대령기생으로 궁에 살았다는 얘기다. ‘도리화가’는 채선이 소리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연부터 소리꾼으로 거듭나고 데뷔하기까지를 마치 5폭 병풍화처럼 그렸다. 여기에 스승과 제자를 넘어 도리화가라는 소리로 남녀의 애틋한 정을 곁들여 애절함을 더했다. 진채선을 연기한 배수지를 보노라면 영화와 실제가 겹쳐지며 공감대가 증폭된다.

-영화를 선택한 기준은.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이 났다. 채선이 소리를 하고 싶어 하는 감정은 가수를 준비할 때의 느낌과 닮아 있었다. 여러 복합적 이유 중에 소리와 연기를 같이 하는 점에 많이 끌렸다. 영화를 촬영하며 표현을 노래로 할 수 있어 좋았다.”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딱히 자료가 있지도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감독님과 얘기하며 소리에 대한 진심이 전해질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다. 실존 인물을 맡기는 처음인데 허구의 인물과 달리 연기할 때 감정이 많이 다르다. 때문에 ‘내가 채선이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며 연기했다.”

-가수로 활동하는 점에서 캐릭터와 배우가 겹쳐 보인다.

“실제 연기하면서 채선에게 이입이 됐다. 영화에서 채선으로 나오지만 관객들에게 가수인 내 모습이 겹쳐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가의서’ 이후 두 번째 사극이다.

“드라마는 시간 여유가 없어 정신 없이 연기하는데, 영화는 여유가 있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기도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걸 잘 견디는 편이다. 실은 영화를 찍은 지 1년이 지나 기억이 잘 안난다(웃음). 다시 찍으라면? 에이~.”

▲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안 꾸민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예쁘더라.

“예쁨을 포기했다. 예뻐 보여야지 하는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첫 촬영 때 분장하고 적응이 안돼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분장이 재미있던게 역할 몰입에는 더 쉬웠다. 분장만 하면 편하게 내려놓게 됐다. 개인적으론 순박한 모습이 더 예뻐 보일 정도였다. 분장하면 사람들이 눈 앞에 있는데도 못 알아봤다.”

-극중 인상적인 장면은.

“채선이 거센 비를 맞으며 소리를 지를 때와 털썩 주저않는 심정은 볼 때마다 울컥한다. 내 마음과도 같았다. 채선만큼 시대나 상황은 아니었지만 데뷔 전 나도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다. 부모님은 겉멋으로 봐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데뷔 전 어떤 노력을 했나.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기 전 고향에서 길거리 댄스동아리로 활동했다. 우연히 댄스 현장을 보고 단장님께 ‘연습생으로 받아주세요’ 하며 무작정 달려들었다. 당시 동아리가 학원도 아니었고,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첫 공연 때 관객이 고작 3명이었다. 반대하던 부모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춤 추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셨다. 연습생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순간이 영화 촬영 동안 채선과 겹쳐 보였다.”

-한복이 잘 어울린다. 최근 한복 화보는 인생사진이더라.

“그런가? 한복이 안 어울리까봐 걱정이 많았다. 회사 관계자들도 괜찮겠니 하며 묻기도 했다.”

-직접 판소리를 했다.

“립싱크를 할지, 동시녹음을 할지, 후시(녹음)를 할지 제작진과 얘기를 나눴다. 감정과 표정이 딱 맞아떨어지려면 라이브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고향 광주가 소리의 고장이다.

“소리를 가르친 박애리 명창께서 고향을 듣고는 고향부터 됐다며 일단 합격이라고 했다. 안배워도 된다더라(웃음).”

-판소리 연습을 얼마나 했나.

“1년여 동안 배웠다. 처음 해보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기존에 배운 창법과 호흡이 달라 힘들었다. 소리를 내는 자체가 힘들어 목도 상했다.”

-영화에서 홍일점이다.

“류승룡 선배는 진짜로 스승님 같았다. 처음엔 되게 어려워했는데 먼저 마음을 열도록 배려를 해줬다. 송새벽 오빠 역시 북으로 맞춰주며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동휘, 안재홍 오빠는 분장을 하고 만났는데 남동새처럼 잘 대해줬다.”

-어떤 기억이 많았나.

“촬영하면서 아름다운 곳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 때의 바람, 풀냄새, 폭포소리가 기억에 많이 난다.”

-극중 신재효와 진채선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했나.

“신재효는 채선의 재능을 처음 알아봐 준 특별한 사람이다. 스승인 동시에 부모 잃은 채선에게 아버지와도 같았을 것이다. 남녀의 느낌도 있어 복합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국민첫사랑으로 불린다. 어떤 의미인가.

“작품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다. 늘 같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없지 않나. (국민첫사랑이) 희미해진다면 좋은 게 아닐까.”

-살이 많이 빠진 듯 하다.

“빼고 있다. 빠지니까 바지 핏이 잘 나온다. 차기작 드라마도 있고, 영화 홍보도 해야 해서 빼야 한다.”

-피부도 좋다. 부럽다.

“원래 뾰루지가 잘 안 난다. 영화 때는 까만 칠을 하니 좀 났다. 실제 뾰루지가 영화에 나온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그전에는 정신 없이 살았다. 올해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특별한 해였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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