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극장가가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영화로 물들었다. 영화 ‘데드풀2’부터 ‘버닝’ ‘독전’까지 수위가 센 작품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 중인 마블무비 ‘데드풀2’는 ‘청불’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데드풀’ 시리즈는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 보기 드문 '잔망 히어로'에 B급 정서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영웅물과는 차별화를 뒀다.

특히 ‘데드풀2’는 전작보다 더 화끈해진 ‘19금’ 유머와 라이언 레놀즈만의 거침없는 구강액션과 특유의 유머코드가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전작 ‘데드풀’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데드풀2’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져 빠른 흥행을 과시하고 있다. 또 월드와이드 3억 달러(한화 약 3236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데드풀2’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 역시 ‘청불’ 영화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영화로 화제를 모았으나 대중성이 없는 작품으로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담는다.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는 종수(유아인) 앞에 갑자기 나타난 초등학교 동창 해미(전종서)와 미스터리한 남자 벤(스티븐 연)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푸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베드신과 폭력성이 펼쳐진다.

고(故) 김주혁의 유작이자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집합한 ‘독전’ 역시 수위가 만만치 않다. 물론 “선정적, 폭력적 묘사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15세 관람 등급 판정을 받았으나 영화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수위가 세다”고 입을 모았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라는 줄거리답게 표현 방식 역시 독하다. 마약 흡입 장면과 여성의 노출, 폭력과 선혈이 낭자한다.

거침없는 수위와 휘몰아치는 전개,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 ‘독전’은 개봉 당일 ‘데드풀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당일 37만6,201명을 동원하며 2018년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개봉 7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독전'은 15세 관람가인데다 이렇다 할 신작 공세가 없는 만큼 향후에도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관객들이 ‘센’ 작품에 빠져있는 사이 가족영화는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유해진을 앞세운 ‘레슬러’와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은 전 연령대가 관람할 수 있는 휴먼가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전개가 뻔하고 결말이 훤히 보이는 가족영화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나 그 동안 다뤄진 작품, 또는 장르에 대해 관객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더 자극적이고 더 센 작품을 갈망하는 추세”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확실하게 웃긴 작품이 아니면 더 이상 휴먼코미디가 사랑 받기는 힘들다”고 지적하며 “따뜻한 영화보다 표현 방식이 과감한 작품을 선호하는 요즘 극장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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