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 산별노조 전환 추진

[한스경제 이성노]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노사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4번째 수장을 연임한 정성립 사장은 수주 영업을 위해 아시아, 유럽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산업별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일감 확보를 위해 전세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헌터그룹 대주주인 아네 프레들리와 초대형원유운반선 건조계약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는 정 사장. /사진=대우조선해양  

공적 자금을 투입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연이어 대형 수주를 따냈고, 지난 1분기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정 사장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임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추진이 자칫 경영정상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다동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성립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임시 이사회에서 정 사장의 연임을 결의했는데 당시 정 사장 외에 차기 사장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무탈하게 연임을 최종 확정하게 됐다. 

정 사장은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는 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경영정상화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 그리스, 싱가포르 등 9개국에 총 10회, 41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단순, 근무일수로만 따지면 절반 가까이를 해외 수주 영업에 할애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 사장은 다음 달 4일부터 8일까지 그리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선박 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에 또다시 국외 출장길에 나선다.  

정 사장의 광폭 행보와 회사 임직원의 부단한 노력에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LNG운반선 8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3척, 특수선 1척 등 모두 22척, 약 26억1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올해 목표(73억 달러)의 약 36%를 달성했다. 절대적으로 보면 결코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수주 절벽에 허덕이고 있는 업계 상황에선 단연 돋보이는 행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노조의 힘을 키우기 위해 산별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바로 노조와 관계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12년 만에 산별노조 전환을 재추진하고 있다. 조합원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되면 노조의 목소리와 힘을 더 커지게 된다. 자동차, 선박, 중장비, 철강, 엔진 등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산업별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시위가 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29일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현재 조직 형태 변경(산별 노조 전환)에 대해선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일부 언론에선 찬반 투표가 4일이라고 보도됐는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여러 절차를 거쳐 시생 기기를 확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산별 노조 추진 배경에 대해선 "조선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별 노조의 한계는 분명했다. 더 큰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일부에선 시기를 두고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 채권단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산별 노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대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모두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론이 고개를 들고있지만, 기업, 노조, 정부 차원에서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별 노조보다 산별 노조 가입이 더욱 효과적이란 것이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결정이 '좋다', '나쁘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회사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을 얻고자 산별 노조로 전환하려는 것 같다. 만약 금속 노조에 가입한다면 회사 입장에선 임단협 교섭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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