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저녁 티비 프로그램에서 농촌의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엉덩이무릎보호용 의자(일명 요강의자)를 차고 즐겁게 밭일을 하고 계시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방송 리포터는 연신 그 의자가 무릎과 허리 건강에 도움 되는 좋은 의자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어? 이상하다', 정형외과 의사의 눈에 비친 어르신들의 모습은 무척 부자연스럽고, 무릎과 허리 건강에 해로운 자세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보게 된 그 방송은 잘못된 자세를 좋은 자세로 오해하게끔 농촌의 어르신이나 국민들을 몰아간 잘못된 방송이었다. 
요강 의자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오늘날 한국의 농어인들은 다양한 근골격계의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근골격계의 문제는 특히 어깨와 허리 그리고 무릎에서 많이 발생한다. 2015년 발표된 한 논문(세명대, 김명희)의 자료를 보면 경기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강원도에 거주하는 농업인 135명 중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이 대상자의 94.1%였다. 또한 근골격계 증상의 주 부위는 어깨부위 통증 호소가 79명(58.5%)으로 가장 많았고, 허리 70명(51.9%), 다리/무릎 70명(51.9%), 목 35명(25.9%), 팔/팔꿈치 35명(25.9%), 손/손목/손가락 31명(23.0%) 순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 한림대 김현아 교수는 안성에 거주하는 40~79세 4,180명을 대상으로 나이·체지방지수·비만·결혼 여부·교육 정도·음주·흡연·운동·고혈압·당뇨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요통과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농업인의 61.3%가 요통을 호소하였으며 여성(67.3%)이 남성(53.8%)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농업인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우리 농업의 특징인 지나치게 쪼그려 앉는 좌식문화가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걸어서 이동하거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농민들은 대부분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게 된다. 심지어 밥을 먹는 시간에도 양반 다리를 하거나 한쪽 다리를 쪼그리고 앉는다. 이러한 자세들은 무릎 사이에 위치한 연골을 닳게 만들어 결국 관절염을 유발한다. 연골은 지속적인 압박력에 의해 손상되는데, 이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처해있는 농민들은 입식 생활을 하는 도시인들보다 무릎 관절염에 걸리기 쉽다. 요강의자를 사용하여 일하는 고령의 부녀자 농업인을 보면 허리와 무릎 관절이 심하게 굴곡된 것을 보게 된다. 허리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자세에 따라 매우 달라지는데 현재 엉덩이무릎보호용의자를 사용한 작업시 허리와 무릎의 굴곡 각도가 증가하게 됨으로써 이러한 자세에서의 디스크 압력은 약 380 kpa(약 300kg)로 누워있을 때의 디스크 압력의 약 13배에 달하게 된다.
 요강의자는 농업인의 건강에 유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스크 압력을 증가 시켜서 농업인들의 허리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 할 수 있는 위험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허리와 무릎의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평가와 교육, 그리고 조기 치료 및 재활에 대한 의료적 관심과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한국 농업 작업에 대한 근본적 개선에 대한 노력도 절실하다. 올림픽 병원 원장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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