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변호인단 "70억 정부 요청에 따라 출연…왜 롯데만 처벌받나" 

[한스경제 변동진]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저와 국민 모두 아주 깨끗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분에게 청탁한다는 건 안 되는 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항소심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항소심 법정으로 향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신동빈 회장은 30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신 회장은 “국민 여러분과 롯데그룹 임직원들께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로 주고, 롯데월드타월 면세점을 특허를 받았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경영권 분쟁 문제 때문에 여러 소란과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국가 경제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며 2016년 3월 14일 독대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에 따른 롯데와 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월드타워점을 재승인해주십시오’와 같은 언급은 어떻게 보더라도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또 “그때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는 아주 깨끗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그런 분한테 청탁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를 육성한다고 해서 재단에 지원금이 이렇게 비난을 받고 법정 구속까지 돼 있으니 무척 당혹스럽다”며 “부디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월드타워 면세점 재승인과 관련해 ‘부정청탁’이 오갔다고 인정,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직접적인 언급이나 문서를 하진 않았지만, 당시 정황을 고려하면 상호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지주

변호인단은 이날 70억원 출연은 정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월드타워점 재승인은 그룹 현안인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롯데 상장, 면세사업 세계 1위 등에 필수적 요건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신 회장은 대통령 단독 면담에 앞서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2016년 3월 6일)에서 해임 안이 부결된 상황이었다”며 면세점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면담에서도 ‘세계 1위하겠다’는 말만했다”고 변론했다. 그 근거로 2016년 기준 실제 세계 1위 면세사업자 듀프리와 롯데의 외형을 비교했다.

당시 듀프리는 연매출 9조원대인 반면, 롯데는 6조원대였다. 월드타워점(약 2,000억원)이 재승인을 받아도 듀프리를 따라잡을 수 없어 부정청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도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 죄를 숨기기 위해 위증교사는 물론,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초 출연금 17억원과 70억원이 다르기 때문에 청탁이다’는 부분은 정부가 내라고 해서 더 출연했을 뿐이다. 재계 5위 그룹이 못 낼 돈인지 의문이다”며 “롯데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비를 지출한다. 며칠 전에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1,000억을 지원했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던 당시에도 평창올림픽에도 500억원 지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가성 여부를 나눌 수 있나”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밖에 “17억원은 재단 출연금으로 재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환될 수 없다. 하지만 70억원은 체육시설건립 등 추가 출연금이었다”며 “호텔롯데 상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월드타워점 특허가 필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에 비해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간 정부와 기업 간 관행(강요)에 따라 준조세성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정부 요청에 따라 돈을 낸 기업 중 어떤 기업이 뇌물공여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물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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