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에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

[한스경제 이성노] 한국을 대표하는 화약회사인 ㈜한화(이하 한화)가 안전 불감증에 빠진 모양새다. 5월에만 벌써 두 번째이고, 지난해 4건까지 포함하면 17개월 동안 무려 6차례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한화 측은 연이은 사고에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안전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29일 오후 4시 17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있는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4시 17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있는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29대와 소방관 등 55명을 투입해 1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으나 근로자 2명이 숨졌고, 7명이 다쳤다. 

한화는 "현재 부상자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유가족과 피해자, 그 가족분들께는 사고 수습과 함께 최선의 보상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사고 발생 즉시 현장 대응팀을 꾸려 현장에서 철저하게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화 측의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12일 전인 지난 17일에는 울산시 남구 여천동에 있는 한화케미칼 2공장에선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19명이 부상했다.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당시 바람이 강하게 불어 현장 직원은 물론 인근 공장직원들까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한화케미칼 측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엔 무려 4차례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2017년 1월 울산 3공장에선 슬러지 더미 매물 사고로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했고, 4개월 뒤 5월 22일과 30일엔 여수공장에선 유독가스(자일렌) 누출 사고와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그리고 5개월 뒤엔 다시 울산공장에서 염화비닐 중화조 탱크에서 또다시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2년 전, 2015년에는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기도 했다. 

2015부터 여수, 울산, 대전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매번 회사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울산 남구 여천동에 있는 한화케미칼 2공장에선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19명이 부상했다. /사진=연합뉴스

화학 공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선 사전 교육은 물론 사업장 내의 철저한 안전 관리 감독 체계가 따라야 한다. 단순히 안전 교육이 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사고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두 차례 공장장과 산업안전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 건강, 환경, 지역사회를 뜻하는 'SHEC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안전 경영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매년 안전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 경영 시스템에 오점을 남기게 되는 동시에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라는 불신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계속된 안전사고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정부에서 전담팀을 꾸려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회사에선 유가족, 피해자 가족분들의 보상 대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에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 측에 따르면 이태종 사장은 사고 발생 직후 대전으로 내려가 유가족, 피해자와 직접 접촉해 보상에 대해 협의하는 등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중화학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안전 사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화학업이 단순 제조업이 아니고, 규모도 크다 보니 사고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다만, 인명 피해는 무조건 피해야하는 만큼 안전 사고 방지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대전고용노동청은 한화에 즉시 전면작업중지를 명령했다. 또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사고발생 공정뿐만 아니라 사업장 전체에 대해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를 투입해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보건진단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사고조사 전담팀을 구성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주(한화)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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