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 산별 노조 전환 추진

[한스경제 이성노] 국내 조선 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업황 불황으로 수주 절벽에 직면한 가운데 노조와 갈등까지 겹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는 일감 부족으로 인한 유휴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인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조는 계속된 고통 분담을 벗어나 임금 인상 등 고용 안정을 외치는 것도 모자라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별노조 전환까지 추진하고 있다. 노사간 팽팽한 줄다리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조선 업계가 불황 속에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 갈등은 자칫 경영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수주 절벽에 이어 노사 갈등까지 겪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6차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기본급 7.94%(14만6,746원) 인상과 연차별 조합원 임금격차 조정,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일감 부족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본급 동결과 임금 일부 반납 등을 담은 개정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최근 강환구 사장은 일감 부족이란 현실을 인지하고, 모두가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조만간 새로운 공사의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착공하기까지 상당기간의 일감 공백은 피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힘과 의지를 모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거론은 피했지만, 최근 갈등을 골이 깊어진 노조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희망퇴직) 단행에 '파업 카드'까지 꺼내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52%의 찬성표를 받아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선 일감 부족 등으로 희망퇴직 강요, 임금 반납 등 노조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파업 계획은 아직까지 잡아놓지 않았다. 최대한 대화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매주 두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임단협을 두고 노조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임금 10% 반납 건을 제의했고,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했다. 

아울러 노조는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별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되면 노조의 목소리와 힘을 더 커지게 된다. 산별 노조에 소속되면 상급단체 금속노조 공동지침을 따라야 한다. 특히,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시위가 격한 것으로 알려져있어 회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존재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조선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별 노조의 한계는 분명했다. 더 큰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일부에선 시기를 두고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 채권단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산별 노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대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모두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을 얻고자 산별 노조로 전환하려는 것 같다. 만약 금속 노조에 가입한다면 회사 입장에선 임단협 교섭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노조의 힘을 키우기 위해 산별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노조

삼성중공업은 올해 3년 치 협상을 해야 한다. 이번 협상의 주요 의제는 임금이 아닌 '인력 구조조정'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인력 감축 계획도 함께 내놨다. 1만4,000명의 인력 규모를 2018년 말까지 최대 40%(5,600명)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3,400명이 회사를 떠났고, 앞으로 약 2,200명의 직원이 옷을 벗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임단협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상반기(6월) 이전에는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번 임단협은 임금보다 구조조정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냉정히 말해서 수주 잔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다. 자구계획에 따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에도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해 온 삼성중공업 노동자협회 측은 올해도 인원 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힘든 것은 분명하다. 노사간 합심이 필요한 시기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을 비롯해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국내 조선 3사 수장들은 다음 달 4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선박 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 참석해 수주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에선 가삼현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합류해 수주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포시도니아는 2년 마다 열리는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다. 전 세계 약 2,000개 조선해양 관련 업체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대형 계약을 따내겠다는 심산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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