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국민연금의 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침,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무산, 한화그룹의 책임경영 강화 등 사회책임투자(SRI)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SRI 펀드는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에서 사회책임투자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운용사는 하이자산운용이 유일했다.

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소위 SRI펀드라고 불리는 10억원 이상 공모펀드 19개 설정액 총합은 3,858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펀드에서 올해 들어 자금도 45억원가량이 빠졌다. 최근 3개월 수익률 역시 평균 0.27%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0.19%)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그쳤다. 사회적으로 ‘착한투자’가 강조되는 분위기와는 달리 투자자는 냉담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기존 주식형펀드와 큰 차별점이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정액이 814억원으로 가장 많은 ABL기업가치향상장기자[주식] Class A의 경우 지난 3월 2일 기준 삼성전자의 펀드 내 비중이 13.04%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20%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수 자체에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벤치마크(BM)로 코스피지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인 삼성전자를 시총 비중만큼 담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사회책임투자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KRX ESG Leaders 150지수를 지난 2015년 발표했지만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며 건전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등 비 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 전략이다.

기업이익 창출이 크더라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거나, 고용관계상 문제가 있거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뇌물·부패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 속칭 ‘착한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지수다.

이 지수에서는 이달 30일 기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 신세계(2.53%)로 삼성전자는 비중 상위 종목 10위 안에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코스피지수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에 삼성전자는 편입돼 있지 않다. 오너 일가 갑질 논란이 불거진 대한항공 비중도 0.21%에서 내달 0.18%로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

SRI펀드 중에서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사회책임투자펀드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KRX ESG Leaders 150지수를 따르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최영권 대표의 주도하에 국내에서 ESG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다른 운용사들은 BM으로 코스피지수를 사용하는 연기금 등 부담으로 섣불리 ESG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투자의 모범규준이 바뀌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ESG투자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기업’이라면서 착한 기업에 투자하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주용 한국거래소 인덱스개발팀장은 “KRX ESG Leaders 150지수가 아직 기관투자자에 크게 인기를 얻고 있지는 않아 거래소 입장에서도 어떻게 좀 더 매력이 있는 지수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지난해 7월 1조엔(약 10조원)을 자국 기업 대상 ESG 투자에 배정하는 등 글로벌 책임투자 강화 경향이 국내에서도 곧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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