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라 '국제공항운영' VS 신세계 '콘텐츠 개발'

[한스경제 변동진] 범 삼성가의 선두 여성 경영인간 자존심 한판 결과가 주목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1(향수·화장품)과 DF8(탑승동·전 품목) 구역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경쟁 끝에 1차 관문을 통과, 관세청의 최종 선택만 남긴 상황이다. 면세점 사업 확장이라는 경영측면은 물론 두 여성 경영인간 은근한(?) 자존심 대결도 재계의 화제다.

각각 한 구역의 면세점을 차지한다면 무승부로 평가받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업자가 두 구역의 면세점을 독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어 아무리 범삼성가의 물밑 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호텔신라와 신세계백화점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호텔롯데·두산 등 각 후보자를 불러 사업자가 써낸 가격을 개찰했다. 이 결과 T1의 DF1과 DF5 등 두 개 사업 후보자로 신라와 신세계가 선정됐다.

앞서 공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T1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했다. 순서는 두산, 신라, 신세계, 롯데 순이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PT에서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하고 있다는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제 신라는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현재 마카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모두 5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올린 해외 매출액만 600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는 명품 브랜드 유치 능력과 그룹의 콘텐츠 개발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예컨대 지난해 T2 DF3(패션·잡화) 사업자 선정 당시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해외명품 브랜드를 유치했다. 게다가 시내면세점 명동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라이프스타일 전문숍 자주, 일렉트로마트 등 같은 기존에 없었던 콘텐츠를 개발했던 점을 내세웠다.

롯데반납 인천공항 면세점 후보 신라·신세계로 압축. /연합뉴스

공사는 PT를 포함한 사업제안 평가서(60%)와 입찰금액(40%)을 토대로 평가한 결과를 관세청으로 넘겼다. 이후 입찰평가 점수(50%)와 관세청 특허심사 점수(50%)를 합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

사업제안서평가 배점은 ▲경영상태 및 운영실적(15점) ▲상품 및 브랜드 구성계획(35점) ▲고객서비스 및 마케팅 ▲매장운영계획(30점) ▲매장 구성 및 디자인·설치 계획(10점) ▲투자 및 손익 계획(10점)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각 사업자가 써낸 가격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업계에선 사업제안서는 비슷한 수준이어서 입찰가격에 따라 탈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봤다.

공사 및 업계가 추산한 DF1 구역을 입찰가격은 롯데 2,800억원, 신세계 2,700억원, 신라 2,200억원, 두산 2,000억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지난 2월 입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두 구역을 반납한 전력이 있어 사업자로 다시 선정되는 것은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라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5년 시내면세점 경쟁 때처럼 ‘잘되면 임직원 덕분이고, 안 되면 내 탓’이란 입장이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우리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랜드마크를 만들어왔다. PT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며 “무엇보다 최근 국제공항은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어 신세계의 콘텐츠 개발 능력은 활용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찰이 잘됐으면 좋겠다”며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은 신라와 신세계를 대상으로 오는 5일까지 서류접수를 받는다. 이후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르면 중순, 늦어도 23일께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

공항공사는 최종 낙찰대상자와 협상을 벌여 6월말까지는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운영은 7월 초로 예상된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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