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신인배우 전종서는 영화 ‘버닝’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 해미 역으로 발탁되며 이창동 감독의 새로운 뮤즈가 됐다. 여느 신인배우와 달리 당돌하고 주관적인 성격을 지닌 전종서는 때 아닌 여러 논란에 시달리며 홍역을 제대로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인정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나이 25세.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뚜렷한 소신을 지닌 전종서는 여느 배우들과 ‘다른’ 매력을 지녔음은 확실하다.

-‘버닝’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소속사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오디션이 ‘버닝’이었다. 모든 신인 연기자들이 그랬듯 계속해서 오디션을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합류하게 됐다. 합류 후에도 6~7차례제작진과 미팅이 있었다.”

-오디션 때 어떤 장면을 연기했나.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한 장면을 연기했다. 여주인공(정유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말하는 장면이다. 순수한 사랑으로도 이뤄질 수 없는 관계를 김치에 비유해서 연기한다. 실제로 내 경험과 비슷하기도 했고.”

-이창동 감독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테이크를 가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테이크는 많이 가지만 한 테이크를 할 때마다 설명을 해주셨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 번 더 하자’라는 식으로. 연기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더한 재미가 있었다. 재미없었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거다. 이창동 감독님은 정중하시고 인자하시다. 선생님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분이다. 정말 멋있는 어른이다.”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많이 떨리는 현장이었을 텐데.

“첫 날 첫 촬영 때는 완전 얼어있었다. 그 후부터는 감독님도 그렇고 제작진 분들도 자연스럽게 내 포지션을 마련해 주셨다. 감독님이 내가 편히 놀 수 있는 터를 마련해주신 것 같다. 나를 긴장하게 만들지 않았다.”

-해미가 보여주는 여성상이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돈 많은 남자’를 좇는다는 혹평도 있는데.

“그건 관점 차이인 것 같다. 어떤 시각으로 보든 개인의 자유다. 나는 어떤 영화의 상황이나 현실에서도 여성은 존중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양성이 모두 평등하듯이 말이다. 해미는 여성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본다. 해미의 자유로움과 당찬 행동을 여성의 강인함이라고 생각했다.”

-유아인과 베드신은 힘들지 않았나.

“그 장면이 특별히 어렵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상대배우(유아인)와 이창동 감독님이 더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해주셨기 때문에 오히려 굉장히 편안했다.”

-칸 영화제로 출국 전 태도로 인해 논란이 됐다. 국내와 달리 영화제에서는 굉장히 여유로웠는데.

“한 번 긴장을 하면 끝도 없는 것 같다. 그 당시 내 상태가 일관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칸에서는 공항과 달리 혼자 들어가는 자리가 아니었다. 배우와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까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자리였다.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용기를 얻었다. 의미 있고 행복했다.

-어쩌다 배우를 하게 됐나.

“사실 막연한 출발이었다. 단순했다. 연기를 할 때만큼은 거짓을 할 수 없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연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임해야 하는지 알려준 작품이 ‘버닝’이다.”

-의도와 달리 발언들이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 후회는 없나.

“말수가 없는 편이라 생각을 많이 하고 말 한다. 내가 어떤 말을 한다는 건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한다는 거다. 가벼운 말은 가볍게 남는 법이니까. 내가 했던 말들에 있어서는 책임을 지는 편이다. 말의 소중함을 안다. 개인의 생각을 꺼내는 방식 중 하나가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신인배우들과 달리 대중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데.

“틀에 박히는 내 모습이 싫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이 있는데 그걸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갇히고 싶지 않다. 나 같은 사람들도 일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서든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나.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걸 찾는다. 혹은 사회적인 영화라도 좋다. 여성에 대해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담긴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작품이 있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라 해도 상관없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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