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현대자동차가 왜건과 해치백 등 비인기 모델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PY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던 유럽형 모델들이다.

현대차는 업계 1위로써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럽화'하는 국내 시장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일 단종설을 불식하면서 i40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i40 연식변경 모델을 내놨다. 현대스마트센스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하고 18인치 알로이휠을 추가하는 등 상품성을 극대화하면서 가격 인상폭은 최소화했다.

i40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모델 중 하나다. 5월 기준 판매량은 13대로, 올해 누적판매대수도 80대에 불과하다.

그 밖에도 현대차는 해치백과 왜건, 소형차 등 단종설이 끊이지 않는 비인기 차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차종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출시한 i30가 그 선두주자다. i30는 출시 직전인 2016년 8월 판매량이 35대에 불과했던 비인기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국내 단종 예상을 깨고 9월 3세대 모델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아이유인나'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올 초에는 벨로스터 2세대도 새로 내놨다. 작년 12월 판매량이 30대밖에 안됐던 모델이다. '무리수'로 지적됐던 1+2도어 형태도 그대로 유지했다. '라이브 라우드'라는 슬로건을 이용해 청년층을 겨냥한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엑센트도 국내 단종설을 일축하고 매년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고 있다. 비록 신형 모델 출시 계획은 없지만, '가성비'를 앞세워 월 평균 판매량 5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6년 i30 신형을 출시하고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형차와 해치백 인기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1위 업체라는 책임감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충족하겠다는 노력이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다른 시각으로 현대차의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가 일찌감치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 시장 변화를 요약하면 '유럽화'로 정리할 수 있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조건 큰 차 보다는 소형차와 해치백 등 실용적인 차종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관계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조만간 시장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비인기 차종들은 최근 들어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i30는 2016년 2,441대에서 2017년 4,630대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벨로스터도 2017년 누적 206대 판매에 그쳤지만, 지난 5월에만 335대를 기록하면서 '엔트리급'모델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미 경쟁업체와 수입차들은 '유럽형 차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르노 클리오는 출시 첫달 756대를 팔아치우며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국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BMW 3시리즈가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전, 소형차 브랜드인 MINI는 매년 1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토요타 프리우스와 렉서스 CT200h,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도 꾸준한 인기로 수입차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초 벨로스터를 출시하면서 '리브 라우드'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을 분석해보면 유럽에서 잘 팔리는 작고 개성있는 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대차는 이미 10여년 전 유럽형 모델인 PYL을 내놨던 브랜드로, 조만간 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국내에 고성능차 전략을 도입해 성공시킨 바 있다. 종전까지는 국내 시장 특성상 '펀카'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작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이 출시되면서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 시장에까지 고성능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던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스팅어와 G70이 출시된 이후 고성능 모델에 대한 국내 소비자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고성능차 인기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현대·기아차가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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