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호텔롯데 상장 취소, 면세점 탈락 아닌 경찰 수사 때문

[한스경제 변동진]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의 ‘70억원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 신규사업본부장(상무)은 “호텔롯데 상장에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고 증언했다. 또한 “월드타워점 탈락 이후 지속적으로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재취득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박 상무은 4일 서울고법(강승준 부장판사)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신 회장 측 증인으로 나와 “2015년 11월 14일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이틀 후 KTX를 타고 세종으로 내려가 기재부와 관세청 담당 관계자를 만났다”면서 “그들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을테니 기다려보라’는 얘기를 듣었다. 그때부터 (재취득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에도 담당자을 만나 ‘정부에서 특허를 축가할 움직임이 있구나’라고 짐작을 했다”며 “면세점협회장 자격으로 면담한 문모 당시 기재부 세제실장도 신규 특허를 내주겠다는 말은 직접 하진 않았지만 ‘몇 개 필요하세요?’, ‘뭐 그렇게 많이 필요하나’라고 말해 점점 더 확신이 굳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2월 17일 기재부 관계자를 만나 ‘(특허 수 확대 등) 면세점제도 개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묻자 ‘내일 관세청장이 관련 내용을 BH(청와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에서 보고했고, 그는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상무는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이 호텔롯데 상장에 필수적인 요수는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2016년 1~3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싱가포르를 일본 도교, 상하이, 홍콩 등에 직접 출장을 떠나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을 상대로 IR(투자설명회)를 진행했다. 관심도 매우 높았다”며 “그러나 갑자기 경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수사가 시작되면서 상장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월드타워점 재취득이 호텔롯데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상장이 취소된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2년마다 신규 면세점 특허를 심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15년 11월 14일 탈락 후 4개월 만인 2016년 2월 18일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발표가 났다.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것”이라며 “탈락 후 직원들의 고용 문제가 이슈화됐다. 직원들을 휴직시키고 월급의 70%를 지급했지만, 학자금 등을 고려하면 생활을 보장하기 어려운 액수였다. 이에 총선도 있어 정부가 추가 특허를 줘 고용 이슈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박 상무의 이 같은 증언은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누구로부터 들었는지 모른다”는 진술과 완전히 달라진 입장이다. 검찰 측도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박 상무는 “송구스럽고 창피하다”며 “국정농단 사건이었고, 형사처벌 때문에 모두 두려워하던 시이다. 사건이 어디까지 전개될지 몰랐다. 다시는 이런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위압감도 느꼈다. 많이 후회한다”고 용서를 빌었다.

더불어 검찰은 “관세청장 간담회 당시까지만 해도 롯데의 특허 재취득은 불투명했다”며 “그 전날에도 증인과 심모 전무 등이 기재부를 방문해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위한 대관 업무를 수행했다. 확신을 못해서 대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달 31일 있었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언급하며 “롯데는 입찰 최고가를 써냈지만 탈락했다”며 “최고가를 냈지만 평가기관 사람들로 인해 당락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 전 읽은 것으로 보이는 준비자료 내용 중 ‘면세점 세계 1위’에 대해 질의했다.

재판부는 “면세점 세계 1위를 위해 월드타워점 재취득이 필요하지 않나”고 물었다. 신 회장이 대통령 독대 당시 관련 대화가 나왔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박 상무는 “세계 1위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월드타워점이 있으면 (목표 달성에) 좋은 건 맞다”면서도 “해외 면세점과 브랜드 인수합병(M&A) 등 검토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 월드타워점이 없다고 해서 세계 1위를 못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변동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