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때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일반 투자자는 ABCP나 전자단기사채 투자 시 담보가 어떻게 돼 있는지, 법적인 성격이 어떤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초자산이 해외 자산인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발행기업이 부실화 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회수율을 예측할 수 있지만, 해외 기업이 부실화되면 현지 실사에 나서기도 힘들어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조차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PB이사는 지난 3일 본사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문제로 떠오른 중국 ABCP 부실 사태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국내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자산을 기초로 하는 ABCP나 전단채 투자 시 신용등급으로만 판단해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해당 ABCP에 대해 NICE신용평과와 서울신용평가는 ‘A2’ 등급을 매겼다. 하지만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자 불과 20여일 만에 등급을 ‘C’로 내렸다. 증권사와 같은 전문투자자도 셀다운(sell-down)할 틈도 없이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투자자 접근이 차단돼 있는 사모거래였지만 관련 공모 단기채펀드 투자자는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최 이사는 “최근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자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얻고자 하는 개인과 법인 투자 자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외자산을 기초로 하는 상품에 투자할 때는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자금을 분산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PB이사

그는 한국투자증권 출신으로 자산운용부 등을 거쳐 2005년 미래에셋대우로 옮겨 온 뒤 종로지점장, 서초남지점장 등을 지낸 정통 프라이빗뱅커(PB)다. 지난 2월에는 ‘(아는 만큼 돈을 버는) 금융투자 완전정복’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각 금융투자 상품 특성을 백과사전식으로 찾아볼 수 있는 투자지침서다.

최 이사가 현재 강남파이낸스에서 관리하는 자산이 2,000억원대다. 최상위권 부유층 고객이 주요 고객이다. 누구보다 고액 자산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부유층 고객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는 “고액 자산가는 공부를 많이 한다”면서 “지속적인 세미나 참석, 경제신문 구독 등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상담 할 때도 늘 진지한 자세로 PB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부를 일궈오고 다양한 금융회사의 PB로부터 정보를 얻기 때문에 상담을 하다 보면 오히려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부유층 고객은 일반 투자자에 비해 목표 수익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대신 절세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다.

최 이사는 “일반인은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만 부담하면 되지만 자산가는 대부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최대 46.2%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수익률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특히 국내주식, 브라질국채, 해외주식 직접투자, 변액보험, 연금저축 등 절세할 수 있는 방법에 늘 높은 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최근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부유층 고객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단 보유 자산 일부를 분산투자 했기 때문에 이자를 받으면서 만기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이다. 만기가 되어 채권 상환 시에도 마이너스가 상태라면 다시 채권을 매수하여 만기를 연장해 나가는 식으로 때를 기다리는 편이다. 자산가는 수익률이 연 5~6% 정도인 부동산펀드나 리츠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최 이사는 “부유층 고객은 국내 주식에도 투자하지만 특히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미국과 중국 기업에 관심이 높다. 알파벳(구글),바이두,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스북, 텐센트, 애플 등 플랫폼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14억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하고 최근 도시화로 중산층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항서제약, 3S Bio, 오량액, 귀주모태주, 이리실업, 해천미업, 항안국제(홍콩) 등 제약이나 소비 관련 기업도 상당히 괜찮은 투자처로 추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 최 이사는 지금 주가는 충분히 조정 받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그룹이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잘 마무리 된다면 장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최 이사는 특히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제네릭(복제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은 조 단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반도체, 조선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이지만 아직 바이오시밀러는 중국 기업이 쉽게 따라잡기어려워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우량 자산 ▲분할매수 ▲버티기를 꼽았다. 일반 고객이 아닌 부유층 고객의 재테크 방식이다.

그는 “부유층 고객이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인에 비해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우량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이라면서 “이에 비해 일반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노리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자산만 쫓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돈이 많은 부유층 투자자는 우량한 자산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5~10년도 느긋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가격 하락에 따른 공포감을 이겨내기 힘든데다 돈 쓸 곳이 급하게 생기면서 손실을 내고 매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드시 우량한 자산에 투자를 해야 금융위기를 겪는 등 부침이 생기더라도 자산 가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므로 자산가들도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평가상의 손실일 뿐”이라면서 “한쪽에 쏠리지 않고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우량자산에 투자하면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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