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변동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타르 함량이 더 많다고 발표한 가운데, 담배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9개 유해물질이 현저히 감소됐다는 내용보다 기준이 모호한 ‘타르 함량’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왼쪽)와 글로. /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국내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지난해 출시한 한국필립모리스는 7일 “식약처가 발표한 유해물질 분석 결과를 환영한다”며 “이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연구 결과와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와 영국 독성위원회(COT),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20개 이상의 해외 독립연구기관 및 정부유관기관을 통해 검토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코스는 일반 담배 대비 유해물질이 평균 90% 이상 감소, 흡연을 계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반 담배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면서 “보건당국은 태우지 않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해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평가는 잘못된 것이란 주장이다.

타르는 담배에서 배출되는 입자상물질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물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해당 물질이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연합뉴스

반면 식약처는 이날 타르의 1개비당 평균 함유량은 ▲글로 4.8mg(밀리그램), ▲릴 9.1mg, ▲아이코스 9.3mg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일반 담배의 1개비당 0.1~8.0mg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 릴, 글로)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면서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WHO가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 성분 중 인체발암물질(1군) 6개 성분을 ISO법(담배필터의 천공(穿孔) 부위를 개방해 분석)으로 분석한 결과, 벤조피렌과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포름알데히드, 벤젠, 1·3 부타디엔 등은 검출되지 않거나 일반 담배보다 낮았다. 나머지 3개 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는 43.4~119.3μg, 아크롤레인은 0.7~2.5μg, 일산화탄소는 불검출~0.2mg의 결과를 보였다.

또 흡입부피와 흡입빈도 등이 강화된 분석법인 HC법(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하고 실제 흡연자의 흡연습관을 고려해 천공 부위를 막아 분석)을 적용하면, 유해성분 평균 함유량은 ISO법보다 1.4~6.2배 높게 나타났다. 일산화탄소는 불검출~0.5mg로 나타났다.

필립모리스 측은 “PMI는 17건의 비임상연구와 8건의 임상연구를 완료했다”며 “WHO는 2015년 담배제품규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의 정부유관기관 BfR 역시 지난 5월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는 “그 누구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없다고 주장한 바 없다”면서 “단지 일반 담배 대비 대폭 줄였다고 말했을 뿐이다. 기준이 모호한 ‘타르 함량’에 초점을 맞춘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소비자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분석화학, 환경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에서 검증 절차를 거쳐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이번 분석 결과를 담배 제품관리·금연정책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인의 흡연행태 조사, 담배 유해성분 분석 및공개 등 연구 및 이를 위한 법률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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