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 선수/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자타공인 현재 ‘벨로드롬의 최강자’는 정종진(20기, 31세, SS반)이다. 정종진은 시즌 초 ‘레전드’ 조호성의 최다연승(47연승) 경신 여부로 화제를 모았고, 결국 47연승을 넘어 3승을 추가하며 50연승 대기록을 수립했다. 경륜팬들은 그에게 살아있는 레전드란 칭호를 붙여줬고, 정종진을 넘을 선수는 본인 자신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종진의 독주가 지속될 줄만 알았던 벨로드롬에서 그의 질주는 너무나 허무하게 멈췄다. 지난 3월 25일 14경주에서 대진표가 크게 불리하지 않았음에도 동기생 윤민우에게 덜미를 잡히며 충격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2주 후인 4월 8일 14경주에는 낙차까지 당하는 불운을 겪으며 벨로드롬을 떠나야만 했다. 데뷔 후 세 번째이며, 두 번째 낙차 이후 3년만이다.

정종진이 벨로드롬에서 이탈하자 일부 팬들은 이제 ‘정종진의 시대는 갔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데뷔 초 전매특허이던 호쾌한 자력 승부가 아닌 상대를 이용하는 마크 추입을 구사해왔다. 여기에 수도권의 막강한 인맥과 유리한 대진표, 전개가 뒷받침되었기에 50연승이란 신기록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낙차로 인한 부상 후 한 달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복귀한 정종진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파괴적인 경기력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오히려 더 성숙해지고 더 강해졌다. 낙차 경주에서 명암을 달리했던 경쟁자 최래선, 성낙송, 강호, 이현구 등을 연거푸 눌렀다. 아예 순위권에서 대부분 착외 시킬 정도로 엄청난 경주를 펼쳤다. 어느 순간 마크추입맨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보란 듯이 날려버리며 시원한 자력 승부를 벌이며 ‘정종진의 귀환’을 알렸다.

정종진은 지난 5월 12일 14경주에서 200m를 10초 70, 한 바퀴를 17초대에 들어오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 200m 10초대와 한 바퀴 17초대는 경륜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그야말로 꿈의 기록으로 불릴 만큼 좀처럼 보기 드문 엄청난 기록이다. 6월 2일에도 또 다시 200m 10초 82와 한 바퀴 17초 92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본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정종진이 데뷔 후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란 듯 재기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에 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하거나 대상 및 그랑프리를 차지해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훈련장을 찾을 만큼 성실하다. 가벼운 유흥조차도 일체 용납되지 않을 만큼 절제력이 대단하고 경기 중 집중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적잖은 마음 고생이 있었음에도 정종진이 오히려 체력적으로도 더 강해진 것이 놀랍다”며 “현재 정종진의 대항마로 꼽히는 성낙송의 추입 위주의 단조로운 전법, 기대주인 최래선의 적응력이 생각보다 더디고 주목 받는 강호는 아직 경륜 자전거에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정종진의 독주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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