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인터뷰①에서 이어) 배우에게 오디션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수많은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 통보 받는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 배역을 위해 오랜시간 준비해도 단 몇 분만의 평가로 떨어지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주서은에게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그랬다. 누적관객수 400만명이 돌파하며 진서연, 이주영, 정가람 등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아쉬움이 클 터.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마음으로 봤지만 이내 수긍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주서은은 올해 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마쳤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첫 영화라서 더욱 애정이 간다고.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느끼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9월 19일 추석 개봉 예정인 ‘물괴’(감독 허종호)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의 등장으로 위태로워진 조선과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비록 ‘독전’은 놓쳤지만 “‘물괴’로 연기력을 인정 받을 것”이라며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고 싶어 했다. 

-‘물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물괴’ 촬영하면서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다. 극중 수색대 부인 역을 맡았다. 산 속 깊은 곳에서 흙 분장하고 해가 뜰 때까지 찍었는데, 날씨가 정말 추웠고 짚신을 신어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아팠다. 감정을 다 토해 내는데 깊은 곳에서 설움이 올라오더라. 그 순간 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100명이 넘는 보조 출연자들의 연기 열정도 정말 뜨거웠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하는 공개 오디션에 참가했다. 원래는 영화 초반에 아이를 보호하다 죽는 엄마 역이었다. 최종 오디션에서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지정 연기를 했는데, 감정의 소모가 정말 컸다. 오랫동안 키운 강아지를 안고 연습하면서 모성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그 장면이 삭제 돼 역할이 없어졌다.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냐’고 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영화를 정말 하고 싶어서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독전’ 오디션도 봤다고.

“마약쟁이 여자 친구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정말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떨어졌다. 극장에 가서 팔짱을 끼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봤는데 ‘아, 될 수밖에 없구나’ 인정했다. 정말 잘해서 나도 모르게 팔짱을 풀게 되더라. 어제 밤에도 집에서 혼자 마약에 취한 연기를 해봤다. ‘내가 더 미쳤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지만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있지 않냐. ‘물괴’로 재평가 받고 싶다.”

-첫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대한 애정도 클 텐데.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역할이었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최성현 감독님이 신인 배우 프로필 3,000장을 넘게 보고 1차 때 1,000명 추리고 2, 3차까지 모두 직접 오디션을 본 것으로 안다. 감독님한테 ‘나 캐스팅 안 되도 무조건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감독님이 1차 때부터 최종까지 일일이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병헌 선배와 대사 호흡 맞출 기회는 없었지만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 기뻤다. 선배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난 배우 그만해야 되나?’ 고민할 정도였다. 매너도 정말 좋다. 현장에서 스태프 전체를 아우르고 유머도 뛰어났다. ‘그 자리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느꼈다.”

-가장 아쉬웠던 오디션 꼽자면.

“주말드라마였는데 섹시한 역할이었다. 1차 오디션에서 연기하면서도 ‘내거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대본 주면서 분석해 오라고 하더라. 임신을 핑계로 남자를 협박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착하게 연기했는지 감독님이 ‘왜 이렇게 접근하냐’면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하더라. 이 여자도 분명 힘들었을 거라면서 내가 캐릭터를 분석한 지점을 설명했다. 고민하더니 다른 역할을 줬다. 비서 역할이었는데 주인공 조력자였다. 3차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작가님과 미팅에서 떨어졌다. 3주를 매달리면서 연습했는데 3분 만에 물거품이 되니까 슬럼프가 와 한 동안 힘들었다.”

-호흡 맞추고 싶은 배우는.

“‘리턴’에서 고현정 선배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변호사 하면 똑 부러지고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지 않냐. 약간 말을 어눌하면서 느리게 하는데 새로운 느낌이 들더라. 모든 캐릭터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소화하는 게 멋있었다. 작품을 보면 사람의 성향이 보이지 않냐. 이준익 감독님과 노희경 작가님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들을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

-30대가 되면서 달라진 점은.

“나이에 대한 조급함은 없다. 오히려 빨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20대 때도 통통 튀는 매력은 없었다. 40~50대가 되면서 점점 분위기가 생기지 않냐. 송윤아 선배가 롤모델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여성 캐릭터가 한정적이지만 계속 탓만 할 수 없지 않냐. 액션을 특기로 삼고 싶어서 최근 복싱도 시작했다. 예전엔 기다리기만 했다면, 지금은 내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고. 해외 활동 계획은 없나.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꿈은 크게 가지면 좋으니까. 근데 우리나라가 좋다(웃음).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지만 연기할 때는 다르더라. 영어 연기 한 번 했는데 진짜 죽을 뻔 했다. 가장 잘하는 건 사람들과 소통이다. 주변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잘 해준다. 이런 특기를 살려서 MC에도 도전하고 싶다.”

-어떤 배우로 불리고 싶나.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난 아픔이 있다. 개인적으로 빨간 줄 안 그어질 정도로 상상도 못할 일을 많이 겪었다. 내 안의 아픔을 연기로 표출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다. 연기할 때 목숨 걸 만큼의 각오로 임하지만 매 순간 행복하다. 연기로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항상 즐기면서 재미있게 연기하는 게 목표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