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독전’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진서연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가 아니다. 지난 2007년 연예계에 데뷔한 진서연의 본명은 김정선이다. 진서연이라는 활동명은 아시아를 사로잡자는 뜻이 담겼다. 단순히 뜬 구름 잡는 포부가 아니었다. 영화 ‘독전’에서 주연배우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보령 역으로 낙점 돼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진서연의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독전’을 어떻게 접하게 됐나.

“‘반창꼬’로 인연을 맺은 한효주와 친하다. 동네 주민이자 친구다. 영화 ‘뷰티인사이드’를 제작한 임승용 대표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독전’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보령 캐릭터를 듣고 ‘이거 (진)서연 언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더라. 제작사에서 처음에는 양해를 구했다.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가능하겠냐고 묻기에 OK했다.”

-이해영 감독이 오디션을 볼 때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지문에 나온 상태로 준비했을 뿐이다. (웃음) 패션과 메이크업을 다 준비해 갔다. 영화에 나온 귀걸이도 내 꺼다. 들어가는 순간 감독님 표정이 ‘헉’했다. 사실 대본에 나온 대로 하는 게 성에 안 차서 내가 생각한대로 능글능글하게 연기했다. 보령은 겁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다. 재미있고 신나서 락(류준열)에게도 그렇게 행동한 거고. 아기가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난 것처럼 연기했다. 전혀 섹시해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날것처럼 표현했다. 그런데 조감독님이 내 모습을 보고 뒷걸음질을 쳤다.(웃음)”

-여태껏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어떻게 구축했나.

“3개월 동안 조사와 분석을 참 많이 했다. 유튜브로 약물 중독자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덕후처럼 계속 찾아봤다. 사실 그 동안 영화 속 약물 중독자는 약에 찌든 모습으로 주로 나오지 않았나. 그렇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또 천진난만한 아기들의 모습을 접목시켰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참고했다.”

-예상하지 못한 노출 신에 관객들이 놀라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어떻게 그냥 연기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아기들은 더우면 그냥 벗지 않나. 보령이 섹시어필을 위해 벗은 게 아니다. 딱 그 정서였던 거다.”

-영화 속 파트너 김주혁은 워낙 말수가 적은 편인데 촬영하며 힘들지 않았나.

“워낙 말수가 적은 선배다. 알고 보면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성격 자체가 내성적이라 어쩔 수 없는 거다.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 개그를 친다.(웃음) 배려심이 엄청나고 리액션도 잘 해주셨다. 주혁 선배가 없었다면 보령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리허설도 창피하다고 안 하는 선배라 사전에 진하림을 어떻게 연기하실지 감이 오지 않았다. 우리 모두 예상하지 못한 연기스타일을 보여줬다. 닭살이 쫙 돋았다.”

-보령의 씁쓸한 퇴장이 아쉽지 않았나.

“그런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보령의 진짜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속감정이 나오는 신이 단 하나도 없지 않나. 락을 밀쳐놓고 ‘자기야, 난 돈이라도 써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진하림(김주혁)이 ‘방울아’라고 부르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바꾸지 않나. 항상 천진난만한 척 하며 슬픈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보령의 그 슬픈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각오한 것처럼 연기한 듯한데.

“‘독전’으로 끝장을 보자, 인생을 걸자는 아니었다. 그저 보령 자체에 큰 흥미를 느꼇다. 너무 재미있고 신났다. 좋아하는 걸 하면 집중하게 되지 않나. 24시간 자료를 찾아봤다. 사실 난 촬영 중반에 투입되는 인물이라 시간 여유가 많았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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