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단협, 노-사 입장차 커...금속노조 가입 추진도 부담

'자구이행률 100%' 경영정상화 순항…노조, 금속노조 전환 추진

[한스경제 이성노] 경영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관계 개선라는 과제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불황 속에 활발한 수주로 일찌감치 일감을 확보하며 자구이행률 100%를 달성하고 있지만,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은 좀처럼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조는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하면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분위기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구계획은 2020년까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사진=대우조선해양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이날 올해 9차 임단협을 마쳤다. 아직 교섭 초기여서 지금까지는 서로의 요구사항에 대해 탐문하는 단계지만 양측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통분담(임금 10% 반납)을 요구하고 있고,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기본급 4.11% 인상을 바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면서 "기본급은 2014년부터 4년 동안 동결됐다. 지난해엔 저희뿐 아니라 자회사 직원까지 임금 10%를 반납을 했다. 기본급 차제도 워낙 낮게 책정됐다. 올해는 물가 상승분이라도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단체행동(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4년간 회사와 함께 고통분담 차원에서 구조조정, 기본급 동결, 임금 반납 등을 감수했으나 올해 역시 현재까진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최근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 찬반 투표를 거쳐 금속노조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노조의 목소리와 힘을 더 커지게 된다. 금속노조는 자동차, 선박, 중장비, 철강, 엔진 등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단체다. 산별노조중 규모가 가장 크고, 시위가 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영정상화를 향해 달려가는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고용 불안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조선산업이 불황인 상황에서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더 강한 투쟁력을 가진 금속노조와 결합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은 최근 이틀간 거제도 사무소 출입구 앞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대우조선해양노조 

회사 입장에선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추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다면 임단협은 물론 자구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1일 기준으로 약 44억 달러의 수주 계약을 따내며 올해 목표액인 73억달러에 약 60%를 달성했다. 하반기에 일반 상선 16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 추가 수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계약 규모가 큰 해양산업에서 수주가 이어진다면 올해 수주 목표액은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자구이행계획 역시 순조롭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5조8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채권단에 제시했다. 정 사장은 "현재까지 자구계획은 100%이고, 2020년까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노조' 관련 질문에는 다소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간담회 내내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던 정 사장은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선 쉽게 일을 열지 않았다. 정 사장을 대신한 조욱성 관리본부장(부사장)은 "지난 3년간 임금삭감과 희망퇴직에 서운함을 느낀 것 같다. 조합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봐선 임단협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 노사간 이견이 크면 회사 입장에선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만약 금속 노조에 가입한다면 회사 입장에선 임단협 교섭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