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멸시효 3년 교묘히 연장, 불법 추심 기승...감독 당국 "나 몰라라"

[한스경제 양인정] 소규모 상품 판매업체들이 폐업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미수금 채권을 무분별하게 유통하고 있어 불법 추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채권소각과 채무문제를 상담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은 14일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미수금 채권을 무자격자에게 넘겨 불법 추심이 이뤄지는 사례를 밝혔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최근 통장이 압류돼 인출이 거절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통장을 압류한 사람은 부산에 거주하는 정모씨. 김씨는 “정씨와 일면식이 없고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법원으로 받은 정씨의 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2001년에 김씨가 할부로 구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대금채권을 A판매업체로부터 양수받아 13년이 지난 2014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김씨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자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정씨의 승소는 곧바로 김씨 명의의 통장 압류로 이어졌다.  최근 정씨가 김씨에게 소송 승소에 따라 청구한 금액은 총 126만7733원.

정씨는 김씨의 미수금이외에도  A업체로부터 총 6229만4480원에 이르는 미수금 채권을 넘겨받았다.

김씨는 “이미 많은 채무를 지고 법원에서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매달 채무를 상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17년 전의 일로 통장까지 압류돼 생계가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김씨의 사례를 접한 주빌리은행이 정씨를 상대로 채권추심의 경위를 묻자, 정씨는 “과거 A업체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체불임금 대신 미수 채권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소매업체들의 부분별한 채권양도가 불법 추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채권추심법에 따르면 상품판매업체나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을 양수해 추심하려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체로 등록해야 한다.

정씨가 개인 자격으로 채권을 넘겨받아 채권 회수를 하는 것은 실정법상 불법행위다. 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부활시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박법률사무소 윤준석 변호사는 “물품대금의 경우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돼 일반적으로 3년이 소멸시효기간”이라며 “정씨가 이미 없어진 채권을 재판을 통해 부활시켜 법을 잘 모르는 김씨를 상대로 통장을 압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채권양도와 불법 추심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관리 감독할 기관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빌리은행 한 관계자는 “물품대금 미수금을 무자격자에게 넘겨 불법 추심과 법을 교묘히 이용해 시효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례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지자체나 관계 당국은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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