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외화 자금 이탈 우려
시장금리 상승으로 1500조 가계부채 부담 커질 듯

[한스경제 허지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50%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외화자본 유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마저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서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1.75~2.0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으며 연내 2.25~2.5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였으나 예견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긴축 공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0.50%포인트까집 벌어졌다. 연말까지 이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자료=한국은행, 연방준비제도

가장 큰 우려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다. 현재 0.50%포인트 차이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연말까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연준이 연내 2회 추가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연내 1회 정도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0.25%포인트씩 베이비스텝으로 조정되는 기준금리를 감안하면 한국 기준금리는 1.75%까지, 미 기준금리 상단은 2.50%까지 올라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벌어지면 외화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높은데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흐르는 투자금의 성격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월평균 3조원 가까이 빠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2006년 5월~7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 벌어졌을 때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3개월간 증권·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순유출액은 무려 8조2000억원을 넘었다. 월평균 2조7000억원 꼴이다. 코스피도 이 기간 8.6% 폭락하며 큰 혼란을 겪었다.

韓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 상승…취약차주 상환부담 가중 우려

시장금리 상승세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미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제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 채권금리가 오르고 이와 연동된 국내 시장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개월째 동결하고 있는데도 시장금리는 최근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사흘 만에 0.05% 정도나 올랐다. 국민은행(4.86%), 신한은행(4.87%), 우리은행(4.72%) 등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앞다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45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지난 3월 1468조원까지 늘어 매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진다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는 4조7000억원 늘어난다. 1%포인트 오르면 9조2000억원, 1.5%포인트 오르면 14조6000억원까지 상환액이 증가한다. 고위험가구는 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40%를 넘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부족한 가구를 의미한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금리인상 지지) 결정은 자금유출 우려로 금융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일부 신흥국과 한국에는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환율이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펀더멘털이 견고해 기타 신흥국에 비해 충격이 작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한미 금리격차 확대에 의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7월이나 10월로 예상한다”고 덧붙엿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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