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STAR 인터뷰

한솥밥 생활을 20년 채우고 싶다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을 향한 빅뱅의 대답이다. 고마운 마음을 확인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는 뜻이다.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짐이 된다면, 빅뱅이 더이상 빅뱅같이 않다면, 서로 어색한 동거는 상상하기 싫다고 했다. 10년째 정상을 지켜온 이들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현재로선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지난 1일, 3년 만에 발표한 빅뱅의 싱글 ‘M’은 국내외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다. 수록곡 ‘루저’ ‘베베’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 10개 음원차트에서 1·2위를 굳건히 지켰고, 10여개국 아이튠즈 차트의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M’을 시작으로 8월까지 ‘A’ ‘D’ ‘E’라는 싱글을 매달 하나씩 내고 9월 최종 완성 앨범 ‘MADE’를 발매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3년 만에 뭉친 빅뱅의 다섯 멤버들을 만났다.

-모처럼 빅뱅이란 이름으로 다시 모였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 다행이고 좋은 반응 덕분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태양)
“나는 솔로 활동마저 없어서 앨범 작업할 때부터 정말 긴장되고 떨렸다. 아직까지 긴장이 덜 풀린 상태다.”(대성)
“기분 좋고 설렌다. 매달 1일 우리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자신감이 굉장히 크고 응원을 많이 해줘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지드래곤)

-탑은 헤어스타일에 각별히 신경쓴 것 같다.
“어렸을 때 많이 하던 머리다. 물론 방학 때다(웃음). 오랜만에 가수활동인데 고민하다가 음악적 색깔도 그렇고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왜 매달 신곡을 내놓는 방식을 택했나. 멤버들 아이디어인가.
“(웃음) 사장님 아이디어다. 우리의 생각은 오랜 만에 나오는 만큼 곡마다 뮤직비디오도 찍고 싶었고 다양한 재미를 주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매달 발매하자는 사장님의 뜻이 있었다. 신인 때 한 번 했던 방식이다. 그 땐 우리 음악의 방향성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젠 재밌게 느껴진다.”(지드래곤)

-‘오랜만’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만큼 옛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학창시절 때부터 봤던 애들이라서 옛날 얘기는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채팅방이 따로 있는데 그 곳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주고 받는다.”(지드래곤)
“또래보다 우리 대화 내용이 더 유치할 것이다. 정신연령이 더 낮은 것 같다. 인터넷에서 각자의 엽기 사진을 캡처해서 보내며 낄낄 거린다.”(탑)
“승리는 엽기 사진이 아닌데 엽기적인 게 많다.”(태양)

-탑은 요즘 인스타그램 활동이 아주 활발하더라.
“팬들과 1~2년간 소통이 워낙 없었다. 처음엔 이렇게 많이 올리게 될지 몰랐는데 댓글을 보니 좋아하고 고마워하더라. 아무 생각 없이 ‘폭풍’ 업데이트 중이다. 지금 이 시간에 뭐하는지,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 한다. 귀찮아지면 없애 버릴 생각이다.”

-새 음악 얘기를 해보자. 프로젝트 이름이 ‘메이드’다. 무엇을 만들고 싶었나.
“마이클잭슨은 한 앨범에 큰 메시지를 담는다. 나이와 연륜이 더 쌓였을 때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바도 그렇다. 음악, 쇼, 비디오 등 빅뱅의 모든 게 여러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주고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보람된 일이다. 그래서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쓴다.”(지드래곤)
“이번 공연도 같이 일한 스태프나 감독 등 최고 드림팀이었다. 우리를 통해서 조금 더 공연이나 음악이 발전될 수 있다면 좋겠다.”(태양)
“그래서 ‘메이드’가 된거고 투어명도 같이 썼다.”(지드래곤)

-‘루저’의 가사는 상당히 자전적이란 느낌을 받는다.
“빅뱅이라고 하면 어린 나이에 성공한 녀석들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도 외로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런 것을 많이 표현했다.”(태양)
“연예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악성 댓글에 상처받고, 큰 그룹이 될수록 느끼는 부담감, 말 못할 외로움 등을 노래로 썼다. 나아가 제 나이 또래를 대변해서 힘이 되고자 큰 그림으로 메시지를 담았다.”(지드래곤)
“사랑 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스턴트 사랑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곡이기도 하다. 남자의 심리를 많이 묘사했는데 남자들이 들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탑)

-‘베베’는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노래에 성적 은유가 많은 편이다.
“엽기적이면서 나쁘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시작부터 19금 노래를 쓰자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듣는 맛, 보는 맛이 더해진 것이다.”(지드래곤)

-가사 중 스물 다섯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공교롭게 지드래곤과 열애설이 난 미즈하라 키코도 스물 다섯이다.
“키코가 스물 다섯인가?(웃음) 그냥 가장 예쁜 나이가 스물 다섯이라고 봤다.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나이처럼 노랫말에 넣었지만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재밌는 요소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지드래곤)

-사랑과 연애, 왕성하게 할 나이지만 아이돌이라서 부담스런 면이 있겠다.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생각이다. 해서 나쁜 것도 아니지 않나. 솔직히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선 그런 부분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태양)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 직업이다. 많을 걸 공개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많이 봤다.”(탑)
“음악으로 봤을 때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지드래곤)

-어느덧 10년차다. 오랜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명이 빠지거나 바뀌면 더 이상 빅뱅이 아니다. 다섯이 모인 인연도 그렇지만 10년간 이런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라서 가능했다. 굳이 누가 한명 빠지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태양)
“우린 단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부딪히는 부분이 없다.”(탑)

-최근 양현석 사장의 20년 발언(빅뱅과 계약기간)이 있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박수 받을 때까지 하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초라해 보이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무대에 서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자존심이 센 친구들이다. 70~80세에도 멋있다면 그 때도 서는 게 가장 아름답겠다. 그러나 그렇게 기간을 정해둘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것 같다.”(탑)

-한 명만 유독 멋있어 보이지 않을 경우가 반복되면 빅뱅은 영영 못나오는 건가.
“나머지 멤버가 어떻게 해서라도 멋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가 다툼은 없지만 승부욕은 있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더 노력하는 게 있다. 좋은 영향을 준다.”(태양)
“서로 인정하기 때문에 멤버다. 전체가 더 멋있어야지 낙오자가 있으면 안된다.”(지드래곤)
“공백기가 길어지면 누군가 멋이 없어졌구나 생각해달라.”(대성)
“(웃음) 그렇다고 이번에 그런 건 아니다. 각자 솔로 활동이 바뻐서 3년 만에 모인 것이다.”(태양)

-향후 발표할 노래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6월 1일 공개될 두 곡은 올 여름 내내 흘러나올 수 있는 노래들이지 않을까 한다.”(승리)
“어디서 그런 무엄한 발언을 하나.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웃음)”(탑)
“신곡이 나오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승리)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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