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CB, 자산매입 점진적 축소 후 연말 종료
‘제로금리’는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하기로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양적완화 정책을 연말까지 종료한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 경제는 양호하나 1분기 GDP 성장률 등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물가는 중기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고 긍정 평가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허지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올해 말을 끝으로 종료된다. 미국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유럽도 긴축 흐름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긴축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14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양적완화 정책을 연말까지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한 지 3년5개월만이다. ECB는 먼저 올해 9월까지 자산 매입 규모를 월 300억 유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 자산 매입 규모를 월 150억 유로로 줄인 뒤 연말까지 최종 종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ECB는 지난 2015년 1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달 600억 유로(약 72조원)의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2016년 3월부터는 기준금리도 제로(0.00%)로 유지하는 한편 예금금리(-0.40%)와 한계대출금리(0.25%)도 최저 수준을 유지해왔다.

ECB, 성장률 전망 2.4%→2.1% 하향…물가 전망은 1.4%→1.7% 상향

ECB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은 유로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이날 ECB는 유로존 2018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4%에서 2.1%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으나 물가 전망은 기존 1.4%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유지했으나 물가 전망은 1.7%로 0.3%포인트 높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 경제는 양호하나 최근 1분기 GDP 성장률 및 주요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이 ECB의 중기 물가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으며, 당분간 확장적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로존에서는 물가와 고용이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5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각각 0.2%, 1.6%)를 크게 웃돌았다. 4월 실업률 역시 8.5%로 2008년 12월 이후 9년 4개월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조정은 2019년 하반기 이후 될 듯

양적완화 종료 이후 다음 수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통화정책 정상화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에 대한 변동은 없었다. 성명서에서 ECB는 “ECB 재융자 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예치금리는 적어도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ECB가 다음 인상 시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점과 유로존 1분기 GDP 부진, 이탈리아 등 유로존 정치 불안 등을 고려하면 금리 조정 시기는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점으로 내년 하반기 이후를 꼽는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2018년 말 자산 매입 등 양적완화 종료는 그대로 진행되겠으나 첫 금리인상 시점은 당초 예상된 2019년 2분기에서 1분기 지연된 3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 회의 결과는 2019년 중반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예상하던 금융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발언은 아니다”라면서 “드라기 총재가 명시적으로 내년 중반까지 정책금리 인상이 없을 것을 시사했다는 점은 상당히 완화적 색채”라고 설명했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는 연말 양적완화 종료 이후 정책경로 설정에 있어서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ECB가 금리 인상이나 보유자산 축소 등 통화정책 정상화의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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