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이유비는 내공이 쌓일 대로 쌓인 듯 했다. 2011년 데뷔 때부터 ‘견미리 딸’로 주목 받아 시청자들이 더욱 혹독한 잣대를 들이댄 탓일까. 이제 웬만한 악플에는 끄덕 없다. tvN 종영극 ‘시를 잊은 그대에게’(시그대)로 3년 만에 복귀한 이유비. 극중 계약직 물리치료사 우보영으로 변신, 이준혁, 장동윤과 풋풋한 로맨스를 펼쳤다. 연기력 논란 관련 정확한 비판은 귀 기울여 듣지만 작품도 보지 않고 판단하는 사람들엔 “상처 받고 싶지 않다”고. 연예인 2세 편견에 대해선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3년만의 복귀작 ‘시그대’를 마친 소감은.
“의미 있는 작품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다. 사실 부담감이 컸는데 잘 마쳐서 스스로 대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즐겁게 촬영한 게 처음이다. 연기하면서 재미있었고 촬영장 분위기도 워낙 좋았다. 시청자들도 응원 많이 해줘서 감사하다.
 
-보영이와 싱크로율이 높아 보였다.
“처음에는 보영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님이 좀 더 털털하면서 재미있는 느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줬다. 점점 우보영화 됐다. ‘시그대’에 출연하지 않았어도 시청자로서 정말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워낙 시를 좋아해서 평소 SNS에도 써서 올리곤 했다. 슬픈 시를 좋아하는데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준혁vs장동윤, 러브라인 엇갈렸는데.
“신기한 게 한국 시청자들은 예준혁(이준혁) 쌤, 외국 팬들은 신민호(장동윤)와 이뤄지길 바라더라. 국내와 외국 정서가 다른 걸 느꼈다. 외국 팬들은 장난꾸러기 민호와 티격태격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SNS에 ‘제발 민호랑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엄청 달렸다.”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은
“준혁 오빠는 실제로 여섯 살 차이가 나는데 아무래도 선배니까 어려웠다. 근데 정말 성격이 좋고 잘 챙겨줬다. 나도 모르게 많이 의지하게 되더라. 동윤이도 워낙 착하고 밝다. 남동생 감은 느낌이 들었다. 보영이는 언제나 예쌤이다. 민호에게 흔들리지 않고 항상 직진했다. 촬영할 때도 보영이화 돼서 그런지 예쌤이 이상형에 더 가까웠다. 종영한지 3주쯤 지나니까 바뀌었다. 친구 같은 민호도 나쁘지 않다. 절대 동윤이가 연락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웃음).
 
-1%대 시청률 아쉽지 않았나.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챙겨봤다. ‘시청률이 뭐가 중요하냐. 힐링 받는다’고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 안 보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지 않냐. 속상했지만, 본 분들은 좋게 평가해줘서 감사하다.”
 
-연기력 논란 제기됐는데.
“안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안 들으려고 한다. 물론 정확하게 보고 비판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작품을 보지도 않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할 말이 없다. 나를 응원해주고 내 작품 보면서 행복해하는 분들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도 바쁘지 않냐.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상처 받으면 정신 건강에 안 좋다.”

-MBC ‘밤을 걷는 선비’ 이후 3년간 휴식기 가진 이유는.
“부상 후유증이 있었다. ‘밤선비’ 때 다쳤는데 계속 촬영해야 하니까 마음이 힘들었다. 여러 상황 때문에 상처 받고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좀 더 성숙했으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좋은 인생 경험이 됐지만 다신 겪지 않고 싶다. ‘시그대’로 많이 치유 받았다. 성격이 마냥 밝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밝은 캐릭터가 연기하기 힘들더라.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는데 점점 어렵다.”
 
-30대 앞두고 고민 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가져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삶을 사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방향성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 중이다. 눈 뜨고 일어나면 운동하거나 책 보고 친구 만나는 등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작품에 들어가면 내 삶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일상생활도 추억이 될 만 한 것들을 하고 싶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고 싶다.”
 
-여전히 ‘견미리 딸’로 불리는데.
“솔직한 마음은 부담스럽다. 가족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분들은 ‘그걸로 주목 받지 않냐?’고 하는데. 이렇게 이슈 되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나쁜 점도 없지만 양면성이 있다. 사실 불편한 점이 더 많다. 엄마와는 이런 얘기를 전혀 안 한다. 말 안 해도 미안한 마음이 크지 않겠냐. 연예인 2세에 대한 혹독한 잣대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순간부터 따라올 수밖에 없지 않냐. 물론 상처도 받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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