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종규 김정태 무혐의...검찰, 연루자 38명 기소

[한스경제 김서연]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한 검찰이 전·현직 은행장과 인사 담당자 등 38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중간 수사를 마무리 지은 가운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는 '증거없음'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17일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1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구은행 8명 ▲KEB하나은행 6명(법인제외) ▲우리은행 6명 ▲국민은행 4명(법인 제외) ▲광주은행 4명 등이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윤종규ㆍ김정태 무혐의 '눈길'

이처럼 금융권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법정에 서게 된 것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기소가 유력시됐던 최고경영자들이 최종 단계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사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겸임했던 시기에 종손녀를 국민은행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회장 혹은 회장실의 추천으로 추정되는 채용 청탁 의혹을 샀다. 또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는 공무원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윤 회장은 합격자 변경 사실을 보고받거나 강요하는 등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처분됐다. 김 회장의 경우 지난 4월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조사한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이 김 회장이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채용비리 정황을 발견했으나 당시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김정태 회장으로 추정되지만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달 대구은행 행장으로 내정된 김경룡 내정자는 대구은행의 경북 경산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 내정자는 행장에 오르기 전 채용비리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털어내겠다고 밝힘에 따라 DGB금융은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김 내정자의 선임을 연기해 온 상태다.

대구은행은 김 내정자가 혐의를 벗으면 인선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나 원만히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기소는 면했지만 대구지역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권 안팎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데다 행장 내정 절차가 공정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세 금융그룹은 일단 최고경영자들이 기소 대상에서 빠지면서 일단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중간’ 수사 결과이고 앞으로 채용비리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편 전·현직 CEO가 법정에 서게 되는 은행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네 곳이다. 부산은행은 성세환(66) 전 은행장 등 7명이 불구속 기소되고, 3명이 구속기소돼 기소 대상자가 가장 많았다.

◇ 부산은행 기소 대상자 '최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성 전 은행장은 2012년 11월 진행된 5·6급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모(62)씨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송씨는 부산은행 전 수석부행장 정모(62)씨로부터 부산시 시금고 재유치와 관련한 편의제공을 청탁받았고, 이후 성 전 은행장에게 아들 채용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지원본부장인 박모(55)씨는 딸을 채용해달라는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박모씨를 비롯한 직원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은행은 박인규(64) 전 은행장을 포함해 8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박 전 은행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시험점수를 조작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더해 그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KEB하나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되고 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함영주 행장은 불구속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우리은행은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킨 등 혐의를 받는다. 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 2017년 대졸 공채 과정에서도 은행간부 등의 자녀를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도 포함돼 있다.

광주지검은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양모(54) 전 부행장과 서모(52) 전 부행장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양 부행장은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 면접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부여한 혐의도 받는다.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대검은 신한금융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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