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연예술인, 시간 제약 없이 ‘돌봄센터’ 이용 가능…돌봄 서비스 증가 추세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려면…‘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인식 필요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16]
자료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양지원 기자] 현대사회에서 육아와 일의 병행은 현실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육아와 일 분담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찾기도 힘들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무작정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도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모 중 한 명이 육아를 도맡아하는 ‘독박육아’가 발생하곤 한다. 

이처럼 ‘독박육아’라는 말이 여성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성 평등 의식은 확산되고 있는데, 정책이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를 꺼리는 사회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초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자명한 사실이다. ‘초저출산’은 한 여성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1.3명 아래로 떨어졌을 때를 의미한다. 일본은 3년, 독일은 4년 만에 이 시기를 극복했지만 한국은 지난 18년 동안 이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 육아 부담 이웃·사회가 분담해야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육아 부담을 부부가 함께 나누고 나아가 내 이웃과 지역,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우선 장시간 근무를 줄이고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내 분위기를 바꿔 일·가정 양립을 해치는 직장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장시간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그에 따라 줄어든 시간 외 수당 등이 임금으로 보전되지 않으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려운 상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이웃과 함께 육아를 분담한다는 말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끼리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육아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자녀가 있는 맞벌이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응답자의 69.4%는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독박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동육아 보육시설인 돌봄 서비스를 사회 전반으로 늘리고 있지만 공연예술계 종사자 부모는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용에 한계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자녀를 둔 공연예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공연단체와 극장이 밀집돼 있는 대학로에 ‘예술인 자녀돌봄 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4년 서울 혜화동에 돌봄센터 1호점인 ‘반디돌봄센터’를 열어 공연예술인들의 불편을 해소했다. 센터를 이용하는 예술인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자 지난해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2호점인 ‘예봄’을 설립했다. 

◇ 시간당 500원으로 아이를 맡기는 돌봄센터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예봄'센터 내부 모습./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체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원하는 ‘예봄’은 예술활동가들의 거주와 활동이 많은 곳에 위치함으로써 편의를 제공한다. ‘예봄’ 관계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며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선택별 자유활동, 연령통합 공동체 놀이,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시간당 500원(석식 및 간식비용 별도)으로 이용비용이 저렴하다. 운영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주말이나 야간에도 이용 가능하다. 방학기간에는 월요일에도 이용 가능하며 대상은 생후 24개월부터 10세까지다. 

김영산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예술인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 이들이 예술창작활동에 안정적으로 매진하고 특히 여성 예술인들이 출산 후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센터 관계자는 “여성 예술인들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돌봄 서비스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직업적 특수성을 지닌 공연예술인들 뿐 아니라 공동육아 시설 확대 필요성은 사회적으로 점차 강조되는 분위기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도 덜어줄 뿐더러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실제로 독일에서 지난 1985년 공동육아를 모태로 세운 ‘마더센터’는 세계 200여 곳으로 확산되며 품앗이 육아에 힘을 실었다. 30년의 활동을 이어 현재는 엄마 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의 공동거실의 역할, 지역사회공동체 형성과 정책적 기능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더센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춘천여성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춘천마더센터’,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꽃마을 마더센터’,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행복마을 마더센터’등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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