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자 건강정보 유출…약사회에 넘기면 ‘건보법 위반’
건보공단 “의약분업 관련 없다”

[한스경제 홍성익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대한약사회가 체결한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이 의사의 처방권 침해와 의약분업 근간 훼손 문제뿐만 아니라 매우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범사업은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일부 지역 만성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이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정보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집된 게 아니라 청구과정에서 건보공단이 취득한 것으로, 개인의 질환 등이 포함된 건강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훨씬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수집과 활용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청구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보들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환자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청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집되는 개인의 건강정보에 대한 소유권이 정부기관에 있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개인정보(상병내역, 진료내역, 처방내역)를 팔아넘겼다고 해서 규탄 받은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따라서 개인건강정보를 수집,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약사회에 제공해 비의료인인 약사와 함께 가정에 방문해 복약지도를 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2조(정보의 유지 등)를 위배하는 것으로 이 법 제115조(벌칙)에 의거해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야 할 만큼 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시범사업으로 800명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추후 전국사업 범위로 확대됐을 때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제공하고 있는 의료 빅데이터의 경우에는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가장 큰 우려임에도 불구, 오히려 건보공단이 나서서 개인건강정보를 유출했다니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해당 사업은 건보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해 개인진료정보 유출이나 침해 위험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협은 환자가정을 방문하기 위해선 성명, 주소, 병력, 처방약품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들이 개인건강정보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밝혔다.

따라서 의협은 개인건강정보 유출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산하기관들이 더 이상 국민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 활용하는 범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토록 하고, 유출행위를 한 관련자들을 문책·파면하는 등 인사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기획이사)은 “무면허의료행위 자행의 위험성과 함께 수많은 환자들의 개인건강정보를 침해하는 불법적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은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 편의성을 위해 환자가 직접 병·의원이나 약국 중 조제할 곳을 선택하게 하는 방안과 건보재정 절감 대책을 집중 논의할 기구로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 운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건보공단은 해명자료를 통해 “의약분업은 전문의료인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환자에게 치료되는 의약품을 가장 적합하게 환자에게 처방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투약하는 것”이라며 “해당 사업의 내용은 약물의 올바른 사용 관리 및 적정투약 모니터링 등으로, 약사가 의사의 진단·처방전을 변경하는 등 의약분업을 침해하는 업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은 노인인구, 만성질환자의 증가에 따른 투약순응도 향상과 약물 오남용을 방지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적정투약관리업무의 일환으로 투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잘못된 약 사용을 교정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이 시범사업을 시행해 시범사업 실시 지역 내 의사회와 협의체를 구성, 지역 내 환자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관련 학회 등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익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