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지난 2002년 국내 첫 금융지주사를 설립했던 우리은행이 지주사 해체 후 다시 한번 금융지주사로 복귀를 선언했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회 후에는 지주사 설립 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한다. 늦어도 연말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올해가 지주사 전환 최적기”라고 밝힌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계획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시 금융위가  승인을 하기까지 2~3개월 걸린다고 보고 있다”면서 “금융위 승인 후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절차 등을 마치면 오는 11월 말정도 금융위가 지주사 인가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인가가 나면 내년 1월 정도를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시점으로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사가 출범 된 후에는 주총에서 지주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 행정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총이 열릴 12월 말 전후로 지주사 회장에 대한 윤곽도 나타날 전망이다. 대표이사가 법인 설립 등기에 필요한데, 이를 주총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 후 ‘우리금융지주’ 간판을 달기까지 예정된 단계들과 금융권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다른 지주사들과 달리 일단 내실있는 초미니 금융지주사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시장에 나돌고 있는 우리은행을 축으로한 금융권 인수합병(M&A)이 빠르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반응은 상반된다.  지난 달 21일 우리은행이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공시한 이후 금융권에서는 꾸준히 우리은행발(發) 인수·합병(M&A)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이 비(非) 은행 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출자 여력이 7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10배가량 급증한다. ‘실탄’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할 수 없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기 힘들지만 금융지주사는 이런 제한이 없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을 한 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눈길을 돌릴 만한 분야로 증권,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 등을 꼽았다.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보험·자산운용사·저축은행을 매각하고 2014년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M&A(인수합병)시나리오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이나 신탁 분야를 먼저 눈여겨 볼 것을 점치고 있다. 올해 초 손 행장의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손 행장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부터 단계적으로 M&A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보험이나 증권사보다 M&A가 비교적 쉽다는 이유에서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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