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NICE(나이스)그룹 창업자인 김광수 전 회장이 지난 3월 별세한 이후 장남인 원우씨로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우씨로의 경영권 승계와 함께 매각설이 돌던 나이스신용평가 처리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이스그룹은 고 김광수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나이스홀딩스 지분 29.88%를 장남 원우씨 등 3명에게 상속했다고 전일 공시했다. 원우씨는 지분 24.61%를, 김 전 회장의 딸 수아씨와 아내 최정옥씨는 각각 4.27%와 1%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 순조로운 경영권 상속 이뤄져

이들은 앞서 김 전 회장이 보유했던 비상장사 에스투비네트워크의 지분 70.24%도 상속받았다. 에스투비네트워크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나이스홀딩스 지분 18.09%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나이스그룹의 경영권은 김 전 회장에서 장남 원우씨를 중심으로 한 유가족에게 넘겨졌다.

김광수 전 NICE그룹 회장/사진=NICE홀딩스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그간 금융투자업계를 떠돌던 나이스신용평가 매각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나이스신용평가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종종 나왔다.

국내 3대 신평사 중 한국신용평가는 역시 글로벌 3대 신평사인 무디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국제 신평사 피치의 지분율이 73.55%다. 이에 비해 나이스신용평가는 나이스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외국계 지분이 전혀 없다. 이에 글로벌 3대 신평사인 S&P로 나이스신용평가가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특히 나이스그룹이 지난해 12월 무디스가 한신평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할 당시 인수·합병(M&A)에 관여했던 홍우선 나이스정보통신 사장을 나이스신용평가 부사장으로 발령내면서 매각은 현실화되는 듯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P를 비롯한 몇몇 매수자 희망자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원우씨를 비롯한 가족이 이번 지분 상속세 마련을 위해 나이스신용평가를 팔아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얘기가 다시 돌고 있지만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다. 나이스홀딩스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 매각설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유언으로 원우씨에게 ‘그룹을 잘 지켜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회사도 매각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외국계로?

나이스신용평가의 매각은 제4 신평사 허가 문제와도 맞물리면서 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신평사가 국가신용등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이스신용평가가 S&P로 넘어가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3개 신평사가 모두 외국계로 넘어가면 국가경제가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 880억원 수준인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나이스신용평가(34.3%), 한기평(33.0%), 한신평(32.7%) 등 3개사의 과점체제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나이스신용평가 매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된다, 안 된다’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매각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열리는 신용평가시장 평가위원회를 거쳐 제4 신평사 허가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나이스신용평가 매각도 함께 진행될지 주목된다.

권민수 금융감독원 신용정보평가실장은 “나이스신용평가 매각은 회사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제4 신평사와 나이스신용평가 매각이 연결돼 맞물려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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