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완?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 인터뷰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한스경제 정영선] “엔지니어링산업이 대표적인 선진산업입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이 세계 엔지니어링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요. 엔지니어링시장은 선진국이 다 장악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산업은 70~80년대까지만 해도 선진국 사람들이 하는 산업이라고 해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았어요. 30년이 지난 지금. 엔지니어링산업은 급속하게 발전했지만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는 10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상태라 젊은 인재들이 엔지니어링 분야에 몰려들지 않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왜냐면 엔지니어링 강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입니다 ”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은 "엔지니어링산업이 발달된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며, 엔지니어링산업은 가장 선진화된 산업이고 가장 지식집약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강조하며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엔지니어링 학·경력 기술자 인정, 사업 대가현실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FIDIC)에서 아시아 최초 제31대 회장을 역임한 이 회장은 자타공인 엔지니어링분야 전문가다. 국내 변화와 혁신으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 회장을 만나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을 들어봤다.

-국내 엔지니어링시장을 진단한다면?
△선진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인식해 엔지니어링 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을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엔지니어링을 시공의 하청으로 취급하고, 엔지니어링 계약에 일반 공사의 계약제도ㆍ관행을 광범위하게 준용하고 있다. 그 결과 엔지니어링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우리나라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의 이익률은 2.1%로 중국의 27%(2017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고 2018년 적용될 우리나라 엔지니어의 노임단가는 일본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이 낮은 사업대가와 임금은 고급 기술인력의 이탈과 우수한 청년층의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취업 기피로 이어져 산업의 경쟁력을 쇠퇴하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기조도 엔지니어링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9년도 SOC 예산은 17조원선으로 줄어들고, 2020년부터는 16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2021년까지 연평균 7.5% 감소할 예정으로 내수시장 축소로 인해 기업 양극화 및 경쟁심화,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경기 어려움이 지속되는 엔지니어링시장에서 돌파구는?

△2017년 전세계 엔지니어링회사의 해외시장 매출액은 641억 달러 규모로 단일국가로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97억 달러(30.8%)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약 36.99억 달러(5.8%)로 6위, 한국은 약 11.59억 달러(1.8%)로 1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매출액 약 15.79억 달러(2.4%)로 10위를 차지했던 전년도와 비교해 다소 주춤했던 반면에 중국은 25.90억 달러(4.0%)에서 36.99억 달러(5.8%)로 매출액이 40%이상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도 7위에서 6위로 세계 엔지니어링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도 국내 엔지니어링업체의 전체 수주실적은 6조 5천억원이었으며, 이 중 90.7%가 국내수주이고 단 9.3%만이 해외수주 실적이다. 이처럼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은 내수에 매우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바, SOC 예산 감소 및 발주량 감소 등의 외부 환경요인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더 이상 국내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역량을 강화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등 건설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지금까지 우리 업체들은 상세설계 등 저부가가치 영역에 치중해왔으나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마스터플랜, 타당성조사, 개념설계, PMC 등 엔지니어링 전방의 고부가가치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방영역 부분을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직접 수행하고 있어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들도 국내에서는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축척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 또는 공공기관들이 개념설계, PMC 등을 민간과 공동 수행하거나 일부 PMC 시범사업을 민간 기업이 맡아 수행하는 등 해외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중국, 인도 등과의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국내엔지니어링 계약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주제도는 기술력이 아닌 가격과 운(運)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어 업계의 기술경쟁 유도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업자 선정 시 기술배점을 높이고 선진국과 같이 기술력을 정성적인 방법 등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평가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기술자격증을 토대로 한 기술자 등급체계에서 경력 및 실적 위주의 선진국형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향후 계획은
△먼저 사업대가 현실화를 위해 경주할 예정이다. 엔지니어링업체가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임금수준이 공기업이나 시공사에 비해 훨씬 낮아 젊은 기술 인력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협회는 지난 2017년 12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표준품셈 관리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표준품셈 관리방안 마련과 품셈 제·개정 인가, 품셈 관리 및 보급 등을 통해 실비정액가산방식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비 요율방식도 물가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사업규모별 최소 소요경비를 고려하여 공사비 요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분야별 사업 특성이 반영되도록 요율표를 세분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또한 엔지니어링 학·경력 기술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행 국내 기술자 등급제도는 국가기술자격증을 토대로 하여 초급, 중급, 고급, 특급, (기술사)로 계층화되어 있어 국가기술자격증이 없는 엔지니어는 실무경험이나 학력, 역량과 관계없이 초급기술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가령 미국의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년 경력을 가진 세계 최상 엔지니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초급기술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도는 글로벌 흐름과 괴리가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발주프로젝트의 사업책임자(PM) 및 분야별 전문가 자격 요건을 살펴보면 유사 프로젝트의 많은 실무경험과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우대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일정 학력, 실제 참여한 프로젝트 수행 경력 및 실적으로 엔지니어의 역량을 판단하고 있다. 우수한 엔지니어 확보를 위해 기술자관리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선진화함으로써 고급 석ㆍ박사 인력과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

- 엔지니어링 정책인프라의 글로벌화 방안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 선진국들은 이미 기업과 발주청이 서로를 대등한 동반자로 인식하는 계약제도 하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발주청의 추가과업 및 과업정지 후 지속적인 A/S와 인력지원 요구에도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불공정관행이 만연하다. 또한 현행 발주제도에서는 추첨에 의해 결정되는 발주기관의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공식화된 낙찰하한율에 가장 근접한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된다.

이러한 제도는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저가 수주경쟁을 유도하여 우리 기업들은 경영난 악화 및 우수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악순환에 빠져 해외로 나갈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협회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어 FIDIC 계약조건을 기준으로 현행 발주청 위주의 불공정한 계약내용에 대한 개선 등을 건의하고 있으며, 기술력 중심의 사업자 선정 제도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이 해외기관들과 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 엔지니어업계의 해외진출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소개하고 있다. 

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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