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눈에 띄는 장점...'숨은그림찾기'

[한스경제 김재웅] 쉐보레 이쿼녹스가 한국형 옵션을 갈아입고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북미 수입차의 고질병인 '투박함'을 벗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나친 평범함 때문에 시장에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일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이쿼녹스의 귀화(한국GM은 떠나려 하다 최근 다시 돌아왔다)자격을 테스트해봤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에 이르는 약 40km 구간이다. 시승차는 프리미어 트림으로, 국내 모델에 추가된 기능을 중심으로 살폈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현지형 기능을 다수 추가 장착했다. 김재웅 기자

이쿼녹스의 귀화 작전은 파워트레인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솔린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지엠은 1.6리터 에코텍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먼저 내놨다. 연비와 토크를 중시해 디젤 엔진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의식한 것이다.

최고출력 136마력에 최대토크 32.6kg·m. 중형 SUV임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실제로 급가속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무거운 느낌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대신 전체적인 주행 성능에는 대체로 만족한다는 분위기였다. 패밀리 SUV로 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초경량 설계로 공차중량을 1700kg대로 줄이면서 다운사이징 엔진의 단점을 일부분 극복해낸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조향능력도 주행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다. 후륜에는 멀티링크, 스티어링에는 R-EPS를 장착했다. 쉐보레의 모델과 비교하면 감쇠력(減衰力·스프링의 진동을 멈추게 하기 위한 쇼크 업소버의 저항력)이 물러져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2열 탑승감에는 높은 점수가 쏟아졌다.

국내에 들여오는 이쿼녹스는 LT트림부터 HID 램프를 기본 적용했다. 김재웅 기자

이쿼녹스가 귀화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디테일’이다. 하이패스 시스템과 전동접이식 아웃사이드 미러 등이 새로 장착됐다.

특히 LT트림부터 적용되는 열선 내장 가죽 스티어링과, 국내 프리미어 전용 사양인 레인 센싱 와이퍼는 이쿼녹스의 현지화 노력을 짐작케 한다.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들 사양을 국내 소비자를 위해 특별히 추가했다. 시승행사가 화창한 더운 날 열린 터라 실제 사용해본 차량은 없었지만, 국내 소비자를 위한 배려인 만큼 좋은 반응이 나왔다.

터널 디테션 시스템도 꽤 쓸모가 있었다는 분위기였다. 터널 진입시 헤드램프를 빠르게 켰다 꺼주는 기능으로, 우리나라 도로 사정을 고려한 국내 전용 옵션이다. 오토라이트 시스템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LS 트림부터 기본 탑재된 운전자주행보조시스템(ADAS)이 주목받았다.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과 저속긴급제동시스템, 전방주차보조시스템 등이다. 미국 이쿼녹스에서는 프리미어 트림부터 적용된다. 국내 경쟁모델에서는 수백만원을 더 내야하는 선택 사양이거나, 아예 쓸 수 없다.

이쿼녹스는 대체로 무난한 성능과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재웅 기자

다만 LKA에 대한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줘서 활용도가 높다는 의견이 있던 반면, 차선 중심을 잘 잡아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쿼녹스는 전방 거리감지 시스템을 장착했으면서도 일반 크루즈컨트롤만 적용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 모델에도 반응형 크루즈 컨트롤(ACC) 장착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추후 장착할 예정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록 르노삼성 QM6도 일반 크루즈 컨트롤만 가능하지만, 신형 모델인 이쿼녹스가 ACC를 쓸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소비자 설득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쿼녹스에 장착되는 1.6리터 에코텍 디젤 엔진은 다소 약한 편이지만, 차체 경량화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김재웅 기자

국내에 특화한 기능이 아니더라도, 이쿼녹스는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사양을 많이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열선·통풍시트다. 국내에서는 LT 트림부터 장착되는 옵션으로, 2열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각도가 좁은 2열 리클라이닝은 수입 자동차의 한계로 지적됐다. 미국에서는 소형 SUV로 분류되는 만큼, 동급 모델 대비 좁아보이는 적재 공간도 아쉬움을 샀다. 그나마 넓은 탑승 공간과 2열 레그룸에서는 합격점을 받으면서 공간에 대한 비판을 일부 해소했다.

테일 게이트 리프트가 잘 작동하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트렁크로 몰려가 발을 들이댔지만,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다.

테일 게이트 리프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X 하단에 발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바로 빼야한다. 김재웅 기자

한국지엠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보니 해법은 간단했다. 스마트키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후방 'EQUINOX' 글자의 ‘X' 부분으로 발을 깊숙이 밀었다 빼면, 잠깐의 대기 후 트렁크가 활짝 열린다. 의도적이지 않은 접근으로 인한 작동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국지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번 요령을 습득하면 작동에 문제가 없다.

시승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귀화한 이쿼녹스를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눈에 띄는 단점도 없다는 얘기다.

기존 쉐보레 차량이 높은 주행 성능 대신 투박하다는 평판이었음을 감안하면 칭찬에 가깝다. 다만 굳이 이쿼녹스를 구입할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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