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은 영화계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옛말이 됐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전작이 있는 후속편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선두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탐정: 리턴즈’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는 전작 ‘탐정: 더 비기닝’‘쥬라기 월드’(이하 2015년)의 후속작이다. 또 천만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 역시 8월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후속작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 ‘형’ 뛰어넘은 ‘아우’시대

‘탐정: 리턴즈’는 2015년 이후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영화는 미제살인사건 카페 운영자 겸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의 전설적인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사무소를 차린 뒤 여치(이광수)를 영입해 의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추리극이다.

새로운 멤버로 이광수가 합류했을 뿐 전작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범죄수사물에 코미디를 접목한 장르에 충실하다.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은 “전작의 특징인 인물 중심의 전개를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탐정: 더 비기닝’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탐정: 리턴즈’는 형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 당일 23만5164명 관객을 동원, 전작 '탐정: 더 비기닝' 대비 약 5배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후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10만3984명을 동원하며 빠른 흥행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역시 ‘쥬라기 월드’보다 빠른 흥행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 첫 날인 6일 관객 수 118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경신했다. 554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 받은 전작 ‘쥬라기 월드’보다 빠른 속도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현재 5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영화의 홍보사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대부분의 후속작들이 기본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갖고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속편으로 자리 잡혀 있다”며 “캐스팅, 장르, 규모 면에서 관객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흥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후속편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밝혔다.

8월 1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인과 연’은 개봉 전부터 전편보다 재미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용화 감독은 “2편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자신하며 “삼차사 강림(하정우)의 가족사와 마동석의 코미디가 더해졌다. 1부에서 담지 못한 것들이 2부를 통해 공개된다”고 했다.

이처럼 전편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후속작은 관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배급사 롯데컬처웍스 강동영 홍보팀장은 “후속편들은 관객들의 인지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도 유리하다. 신작보다 관객들의 신뢰도가 빨리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할리우드 후속작 열풍-달라진 속편의 개념

할리우드는 일찌감치 후속편들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를 시작으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올해 첫 천만을 돌파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내년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4’로 마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미국 내 수익 약 6억5600만 달러, 해외 수익 약 13억4600만 달러 등을 합쳐 총 20억 달러(약 2조1500억 원)를 돌파했다.

또 다음 달 4일 개봉을 앞둔 마블 히어로 무비 ‘앤트맨과 와스프’는 ‘어벤져스4’의 결정적 힌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히어로가 솔로무비에서만 활약하는 것이 아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결정적 요인을 하는 설정으로 배치하며 관객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후속편은 리메이크와 시리즈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 리부트, 프리퀄 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올해 개봉을 앞둔 앤디 서키스 감독의 ‘모글리’는 ‘정글북’의 실사 영화다. 익히 알려진 고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역시 올해 개봉을 앞둔 ‘라이온 킹’으로 재탄생된다.

이처럼 전작의 틀과 정서를 벗어나지 않은 후속편 제작은 영화계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관객에게 통하는 스테디셀러를 계속 제작하며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영화계가 소재 고갈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채현 대표는 “숱하게 많은 콘텐츠 속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후속편 제작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영화계가 결국 안전한 투자를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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