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일 증선위 3차 회의…밤 늦게까지 마라톤회의 예상
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누락·에피스 종속회사 등록 ‘고의’로 했나 쟁점될 듯

[한스경제 허지은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일 오전 10시 정부 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김용범 위원장 주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3차 회의를 연다./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김용범 위원장 주재로 3차 회의를 진행 중이다. 1차 정례회의와 마찬가지로 대심제(對審制)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측은 의견을 갖고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큰 만큼 지난 회의처럼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는 ‘마라톤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3차 회의의 관건은 삼성바이오 측의 고의성 유무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가 2015년 이전 회계 처리의 공정성까지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금감원이 지적한 2015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한 것 외에도 2012년 설립 당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올린 것 자체, 2012~2014년 공시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누락된 것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증선위가 이 과정에서 고의 누락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삼성바이오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증선위는 3차 회의를 앞두고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예정에 없던 임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이 그간 지적했던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뿐만 아니라 에피스 설립 당시인 2012년까지의 회계 내용을 모두 확인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2년~2014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올려 회계 장부를 작성했던 시기다. 이 시기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당시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관계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증선위의 ‘2015년 이전의 회계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한 것 뿐만 아니라 2012년 설립 당시에 종속회사로 올린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를 공시하지 않은 것도 법 위반 사안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에피스, 처음부터 종속회사 아닌 관계사로 봐야 했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 출자로 설립한 회사다. 지분 비율은 삼성바이오가 85%(2805억원), 바이오젠이 15%(495억원)으로 설정됐다. 설립 이후 삼성바이오는 단독 유상증자를 통해 보유 지분을 94.6%까지 끌어올렸다. 바이오젠과의 지분 격차가 커진 만큼 삼성바이오는 해당 연도에 회계처리 과정에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신고했다.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는 2015년 돌연 삼성바이오의 관계사로 전환된다. 공동 출자했던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콜옵션이란 특정 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특정 기간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기한은 2018년 6월 29일로, 전체 지분의 50% 가량을 삼성바이오에 매수 청구할 수 있었다.

결국 2015년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앞서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회계 처리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데다 콜옵션 행사 이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투자설명서에서 “바이오젠이 해당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경제적 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처음부터 높았다?…2015년 회계변경 타당성 떨어지나

문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다는 점이다. 에피스는 주당 5만원씩 현금 출자를 해서 만든 회사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격은 당시 주당가치인 5만원에 기간이자를 붙여 설정되는데, 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급격하게 뛰지 않는 이상 기간이자는 서서히 오를 수밖에 없다. 즉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은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 측의 2015년 회계 변경은 석연찮을 수밖에 없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다가 2015년 장부에서만 회계 처리를 바꾸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콜옵션을 숨기려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만약 처음부터 에피스가 관계사였다면 삼성바이오 장부는 180도 바뀌게 된다. 현행 회계기준 상 자산은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혹은 그 반대로 회계처리를 변경할 때만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변경 사항이 없으면 지분법으로 일관되게 평가한다. 반면 부채는 항상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의 주장대로 2015년 말 1조8000억원의 콜옵션 부채가 손실로 잡힐 경우 2015년 삼성바이오는 완전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관건은 ‘고의성 여부’...삼성 중징계 피할까

이제 삼성바이오 논란은 회계처리 위반 여부보다 ‘고의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2012~2014년 공시에 누락한 부분, 에피스를 관계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최초 등록한 부분, 이를 2015년 관계사로 바로잡으면서 분식 회계에 나섰는지 여부 등에 ‘고의’나 ‘실수’ 어느 쪽에 힘이 실리게 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주장대로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되면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증선위의 회계부정 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통보는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 요건이기 때문에 주식 거래 정지와 상장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가 고의성 여부를 피해 ‘중과실’이나 ‘과실’로 판정될 경우 최대 60억원의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 경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증선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검토할 기간과 내용이 늘어나면서 최종 결론은 다음달 4일 열리는 4차 증선위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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