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K뱅크(케이뱅크)가 1500억원에 이르는 ‘실탄’을 충전했지만 고민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뱅크는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범한 후 지난해 8월 1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근 들어선 어렵사리 2차 유상증자를 마쳤지만 부족한 증자 규모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를 기대말라’는 현 정부의 방침 등 수면아래 암초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하기로 결의했다. 주금 납입일은 다음 달 12일이다. 예정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3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1주년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 절반도 안돼

실탄은 충전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추가적인 자본금 확충 문제를 ‘당장은’ 피했다는 것이다. 이번 유증은 케이뱅크가 당초 계획했던 500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올해 초 유상증자의 규모를 5000억원으로 올려잡았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1000억원 1차 증자를 마무리하고 연내 1500억원 가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주사가 많고 일부 이탈하는 주주사들도 생기면서 증자가 연기돼 왔다.

이미 1차, 2차 증자가 힘겨웠고,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처럼 대주주가 없어서 매번 증자 때마다 이런 고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금 여력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소액 주주들이 증자에 부담을 느낄 때마다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들이 백기사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A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마쳐도 올해 안에 또 유증을 해야할 것”이라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려면 초반에 공격적인 증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로 산업자본인 KT가 의결권 있는 지분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금융자본인 우리은행이나 BNK금융과 DGB금융 같은 지방 금융사가 지분율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 못지않게 비대면 채널, 핀테크를 강화하고 있는 금융회사 주주들이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크게 없어보인다. 증자를 해도 케이뱅크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금융권 B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케이뱅크 증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이득)인데 DGB금융의 경우 보험이나 카드 회사가 매우 취약하다”며 “(케이뱅크에 주주로서 참여하는 것은) 얻을 것이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취임한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아닌 구 경영진의 결정사항이어서 현 경영진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도 ‘뚝’

지난해 말 대비 크게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두 번째 이유다. 영업이 확대되면서 대출은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이어져 자본이 줄었다. 1분기 말 케이뱅크의 전년 말 대비 총자본비율(18.15%→13.48%)과 기본자본비율(17.68%→12.97%)은 각각 4.66%포인트, 4.71%포인트 하락했다. 유상증자를 했지만, 곧 선보일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생각하면 이 비율이 눈에 띄게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부터는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에서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약 3개월 만에 직장인 K신용대출을 중단했었다. 예상보다 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에 BIS 기준 자본비율이 하락할 우려에 따른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판매를 중단한 상품들은 내달 1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라며 “주금납입일이 7월이라고 해도 BIS 비율은 은행에서 늘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여신 쿼터제처럼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광고판의 K뱅크(케이뱅크) 광고.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발목 잡는 ‘은산분리 완화’

‘은산분리 완화가 현 정부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세한 전망도 케이뱅크의 동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은행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도 은산분리 완화에 그리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은산분리법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금융혁신 권고안에서 “자본금 부족 문제를 직면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와 같은 정책적 지원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당시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발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권 C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는 이상 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은산분리 규정에 맞게 주주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니 인터넷 전문은행도, 주주들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당국이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한다고 하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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