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와치] 조세 채무에 발목 잡힌 대명ENG...남은 건 ‘파산수순’
[법정관리 와치] 조세 채무에 발목 잡힌 대명ENG...남은 건 ‘파산수순’
  • 양인정 기자
  • 승인 2018.06.2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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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법정관리)은 불운을 끊으려는 용기입니다.
나아가 새 출발을 다지는 결의입니다. 도산은 경영자 자신의 잘못과 실수가 항상 원인은 아닙니다. 불운이 더 큰 원인입니다. 원료 공급루트가 막히거나, 판매망이 무너질 때, 잠깐 한눈 판 사이 경쟁자가 앞서는 순간, 소비자의 냉랭한 눈길 너머에 도산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업가가 회생을 신청하는 것은 이런 위기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굳혔을 때입니다. 개시결정을 받는 순간은 채권자들도 기업의 재기를 응원한다는 뜻입니다. 이들 기업의 회생을 응원합니다.

 

[한스경제 양인정]KAI 방산 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항공기 제조 및 부품 생산업체 대명엔지니어링(법정관리인 김광준)의 두 번째 회생절차가 결국 좌절됐다. 누적된 조세 채무가 회생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대명엔지니어링이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대명엔지니어링의 회생절차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대명엔지니어링의 회생절차는 이번이 두 번째다. 대명엔지니어링은 주로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고 조립하는 것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회사는 2013년부터 공장 신·증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투자와 차입금을 늘려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지난해 3월 창원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M&A매물로 나왔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재건에 실패했다. 이번 회생절차는 회사가 경기도 소재 영업소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생절차에서 회사는 지난해 회생절차와 달리 법정관리 M&A절차에 회부되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 공고에 따르면 회생절차 중단 사유는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법원 실사를 통해 산출된 것으로 회사가 파산을 통해 자산을 청산하는 것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갚아 나가는 것보다 채권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의미다.

회사의 구체적인 청산가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는 진주, 사천, 산청의 세 사업장의 토지, 건물, 설비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의 2016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은 7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명엔지니어링이 창원법원에 밝힌 채무는 총 616억원이었고 회사가 유형자산을 담보로 받은 채무는 약 474억원을 차지했다. 부산은행, 우리은행, 한국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이 담보채권자다. 그 밖에 회사의 일반 채무는 약 125억원, 조세채무가 13억원이었다.

구조조정 업계는 대명엔지니어링의 회생실패와 관련해 예측할 수 없었던 조세채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회생절차 중 과거 조세채무의 열 배에 해당하는 약 130억원의 인정상여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가 회생절차에 다시 도전한 것은 지난해와 달리 신청 전부터 인수 의사를 표명한 업체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절차를 밟는 채무자 회사는 인정상여금과 같은 조세성격의 채무를 전액 먼저 상환해야 한다. 회생절차에서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인수대금으로 조세를 갚고 난 후 남는 것이 없다면 다른 일반 채권자들은 회사의 M&A 회생계획에 대해 동의할 이유가 없게 된다.

회계 업계는 대명엔지니어링의 잠재적 매각가를 청산가치와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담보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약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추정했다.

대명엔지니어링의 회생절차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사가 세무당국과 극적인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생절차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 회생절차가 좌절된 대명엔지니어링, 사진=대명엔지니어링 홈페이지
두 번째 회생절차가 좌절된 대명엔지니어링, 사진=대명엔지니어링 홈페이지

남은 수순은 파산 뿐

대명엔지니어링의 인정상여금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황중균 전 대표의 분식회계 사실과 관련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주식회사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대명엔지니어링의 향후 남은 도산절차는 파산이 유일하게 됐다. 안창현 변호사(법무법인 대율) “대명엔지니어링의 경우 또 다시 회생을 신청하더라도 인정상여금에 대한 조정이 없다면 파산밖에 남은 절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리면 파산관재인은 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절차를 거친다.

회사 관계자들은 외부의 연락을 끊은 채 향후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주요 자산으로 진주사업장(1만5537㎡), 사천사업장(1만6528㎡), 산청사업장(9256㎡)의 부지와 건물 등 부동산과 55건의 특허 및 최첨단 설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