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인정] 올해 성년식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파산절차를 밟아 소녀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일본 최대 성인식 예복 대여업체 ‘하레노 히(はれのひ, 많은 날)’社  의 채권자 집회가 20일 요코하마 시내에서 열렸다고 니혼게이쟈 신문(日本經濟新聞)등 복수의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하레노 히'는 올 1월 8일 일본 성년의 날을 앞두고 갑자기 사업을 중단하고 파산신청에 돌입했다. 성년식 당일 기모노 등 예복을 빌리기로 한 소녀와 그 가족들은 회사의 파산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언론은 이번 채권자집회에 하레노히의 시노자키 요이치로(篠崎洋一) 사장이 출석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보였으나 사장은 결국 출석하지 않았다.

파산절차 채권자집회는 채무자가 파산과정에서 피해자(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재산 상황과 향후 절차 등을 보고하고 채권자는 이를 듣고 질의하는 자리다. '하레노 히'의 이번 채권자집회는 법원이 지난 1월 26일 파산선고가 내려진 후 첫 집회다.

지난 1월 8일 교토시에서 열린 일본의 한 성인식. 사진=연합뉴스

하레노 히의 파산 경위와 자산을 파악해 채권자들에 나눠주는 파산관재인 '마스다 다카시'변호사는 “사장이 채권자 집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이라며 “현재까지 사장으로부터 회사가 어떻게 부도가 났는지 등 자세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사장의 이 같은 불성실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요이치로 사장은 성년식 당일인 1월 8일에 발을 동동 구르는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숨어 지내다가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린 26일에서야 나타났다.  

당시 사장은 기자회견장을 열고 울면서 “무서워 지인의 집에 숨어 있었다”라고 변명했다. 현지 언론은 요이치로 사장이 3월 이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채권자집회에는 모두 80여 명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채권자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45)은 “예복 렌탈비용으로 39만엔(약 400만원)을 지급했다”며 “돈을 받는 것은 포기했지만 당시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장의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예복 렌탈비용 이외에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는 파산절차에서 어떻게 손해를 산정할 것인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남아 있는 자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관재인이 이날 배포한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점포 수를 급속히 확대한 결과 채무 상황이 악화되었다. 2017년 가을부터 빚을 갚을 수 없게 됐었고 직원들의 임금도 이 무렵 지급하지 못했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인구 감소가 파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산관재인은 회사의 부채가 약 10억8500만엔(약 109억 2731만원)이라고 채권자들에게 보고 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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