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다시 한 번 구속을 면하면서 대한항공 오너가의 ‘갑질 논란’도 칠부능선을 넘어가는 모습이다. 오너가 퇴출 운동도 구심점이었던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따라 동력을 잃었다.

앞으로 밀수와 탈세, 배임 의혹만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사실상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내년 주주총회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지분구조상 오너가를 징벌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오너가 퇴진 운동은 '갑질 논란' 초기 힘을 얻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을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지난 20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이 전 이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사유를 완전히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앞으로 혐의를 추스려 직접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미 실질적인 처벌은 어렵게 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오너가는 폭행 등 갑질에 따른 혐의에서 사실상 강도 깊은 처벌을 피하게 됐다. '물컵 갑질' 주범인 조현민 전무는 이미 반의사불벌죄에 따른 무죄방면이 확실시됐다. 이 전 이사장도 초범인데다가 피해자들 상당수와 합의했고, 일부 피의 사실은 공소시효가 끝난만큼 낮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은 것은 밀수와 탈세, 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양호 회장이다. 수사 당국은 조 전 부사장이 사적물품을 비행기 부품 등으로 속여 들여왔는지, 조 회장이 회사 경비 인력을 자택에 배치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단 이들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조 전 부사장은 2차례나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 회장도 이달 초 배임 혐의로 입건된 후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직원들이 나섰던 오너가 퇴진 운동도 표류 중이다. 직원연대는 최근 운영을 주도하던 ‘관리자’가 활동을 완전히 중지한 이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가 인원이 대폭 줄면서 도심에서 게릴라 집회를 여는 정도로만 활동 중이다. 3개 노조도 뚜렷한 퇴진 운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들은 오너가 퇴진을 위해 주주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의지를 밝히며 주주활동인 공개서한과 대한항공 경영진 면담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회신을 받았지만, 영업 비밀 등 이유로 내용은 비공개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주주총회를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다만 퇴진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지분에서 무려 33.4%가 조 회장 일가와 계열사 등 소유다. 국민연금은 12.45%에 불과한 데다가, 법적으로 경영권 침해도 불가능하다. 지분 40.65%를 가진 소액주주와 외국인이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가 오너가 퇴진에 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관측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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