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북·북미회담에도 지정학적 변동성 여전히 높아"
"한국 경제성장률, 올해 2.8%·내년 2.7%로 둔화될 것"

[한스경제 허지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안정적)’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피치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시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 부문 완화됐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치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군사적 대립 위험을 추가적으로 낮추는 출발점”이라면서도 “합의 이행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합의가 깨지기 쉬우며,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로 (합의 과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 가능성도 지적됐다. 피치는 한국 경제 전망을 두고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성장률은 2018년 2.8%, 2019년 2.7%로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피치는 지난해에도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로 2.8%를 제시한 바 있다.

수출 둔화와 국제 유가 상승, 미·중 무역갈등도 리스크로 지적됐다. 급속한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도 중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피치는 분석했다. 피치는 “5년 평균 성장률 3.0%인 현재의 성장세는 AA등급에 부합하지만 빠른 고령화와 저생산성 등으로 한국 성장률은 중기적으로 2.5% 수준으로 저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1.6%, 1.9%로 한국은행의 중기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연 25bp(1bp=0.01%) 수준의 점진적 통화긴축이 예상된다면서도 미국 금리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 우려에 조기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둔화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국내총생산(GDP) 대비 5.1%)에서 올해 4.1%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재정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치는 ”지난해 GDP 대비 1.4%였던 재정흑자 규모는 올해 0.8%로 낮아질 것”이라며 “GDP 대비 38.1%인 정부부채는 AA등급(중위값 38.3%)에 부합하지만 전체 공기업 부채에 대해 묵시적 우발 채무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대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을 언급했다. 상향 요인으로는 ▲구조적인 지정학적 위험 완화 ▲정부·공공기관 부채감축 전략 시행 ▲거버넌스 개혁 등을 제시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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